러트닉 연설에 앨 고어 야유… 다보스포럼서 美 집안싸움

  • 동아일보

美상무 “석탄 많이 써야” 주장에
라가르드 ECB총재 퇴장도
뉴섬은 트럼프 그린란드 연설 비판

(왼쪽부터)러트닉, 고어, 뉴섬.
(왼쪽부터)러트닉, 고어, 뉴섬.
세계 정치·경제 리더들의 연례모임인 세계경제포럼(The World Economic Forum·다보스포럼)이 미국 대통령과 각료, 정치인들이 벌이는 이전투구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연설을 야당인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비하하는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포럼 연차총회 만찬 연설에서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풍력·태양광 발전에 의존한다며 비판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추진 중인 유럽의 노력을 깎아내린 것이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이어지자 환경 운동가로 평소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해 온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이 그의 면전에서 아유를 보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라며 “러트닉의 연설이 끝났을 때 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고, 다른 여러 사람들도 그랬다”고 했다. 이에 미 상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야유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고 그 인물은 앨 고어였다”고 받아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러트닉 장관의 연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결국 WEF 임시 공동의장으로 만찬을 주최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소란한 장내를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말고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열린 국제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유럽을 비하한 것이다.

WEF에 참석 중이며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고 무의미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도 “트럼프의 발언은 위험하고 무례했으며 정신 나간 수준이었다”며 “우리가 친구라 부르는 세계 지도자를 조롱하고, 목소리를 흉내 내는 모습도 봤을 텐데 미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직격했다.

이 같은 현장 분위기가 무색하게 올해 다보스포럼의 공식 주제는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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