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지도자? 또 다른 독재자?…팔레비를 보는 갖가지 시선

  • 뉴시스(신문)

스스로 야권 유일한 지도자라고 내세우는 팔레비
지지 반대 유보 여론 나뉘어…소수민족 지지 낮아
“트럼프가 그와 만남 거부”…단일 대오 목소리도 나와

뉴시스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의 가장 유력한 지도자 레자 팔레비 전 이란 왕세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비 왕세자가 스스로 유일한 야권 유력 지도자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야권의 고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또 따른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이란 내 여론 조사 결과, 팔레비 왕세자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의견은 지지, 반대, 유보적 입장으로 3분의 1씩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 조사 결과를 공개한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암마르 말레키는 “설령 국민의 3분의 2가 지지하더라도 국제적 지원 없이 시위만으로는 체제를 바꿀 수 없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른 야권 단체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분열된 야권…이란 변화의 중대 걸림돌


이란의 야권 세력은 소수 민족·공화주의자·왕정 복고파·좌파 등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이들은 향후 정부의 형태나 소수 민족에게 부여할 지역 자치권 등을 두고 상이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야권의 분열된 여론이 이란의 변화를 끌어내려는 노력에 중대한 걸림돌이라고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이 분열되면서 이란 국내에 뚜렷한 야권 지도자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에 망명 중인 팔레비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팔레비는 과거 다른 정치 성향의 이란인들과 연대를 모색했던 것과 달리 자신을 이란 야권의 유일한 지도자로 내세우고 있다. 시위대가 친 왕정 구호를 외친다는 점이 근거다.
경제적 고통과 국제 고립이 심화되며 많은 이란인들이 혁명 이전 시기의 번영하던 이란의 왕정시대를 긍정적으로 회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비는 과거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의 후계자다. 그의 아버지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국왕직에서 축출돼 일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란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 연합(NUFDI)’의 앤드루 갈릴리는 “왕세자에 대한 지지는 이란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왕정파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팔레비는 그를 혁명을 이끌고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끌 유일한 지도자로 보는 공화주의 성향의 이란인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비에게 쏟아지는 의구심과 우려…“신격화 위험하다”


그러나 이란 야권 인사들의 인터뷰나 공개 성명에 의하면 많은 이들이 팔레비의 지도권 주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팔레비에 대한 지지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아제리 투르크족·발루치족 등 소수 민족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낮다.

런던에 거주하며 발루치족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가 파리바 발루치는 “팔레비가 소수 민족의 요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대중 시위가 어떻게 정권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지도자’라고 할 것이라면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압둘라 모흐다디 이란 코말라당 사무총장은 “이란의 민족적·정치적 다양성이 팔레비의 정책이나 성과, 계획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WP는 반이란 정부 활동가들이 팔레비가 유일한 야권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 또 다른 독재자의 등장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활동가 마흐디예 골루는 “단일 인물의 신격화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팔레비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 시간) 포린어페어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에서 그와의 만남을 거부했고 이는 백악관 내부에서 그가 정권 전복 후 이란을 이끌만한 역량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야권의 자성…“내일은 너무 늦을 것이다”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란인들이 기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란계 캐나다인인 카베 샤루즈 변호사는 지난주 소셜 미디어에 “지난 2년간 수많은 단체에 몸 담았지만 사소한 차이로 협력하지 못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지금이 이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내일은 너무 늦을 것이다”라며 야권 단일 대오 형성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시위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야권이 분열돼 있다면 이란 정권이 평화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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