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항의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7일 현재 최소 38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작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격화되면서 7일 하루만 이란 남부 도시 야수즈에서만 19명이 체포됐다. 이란 남서부 도시 로르데간에서는 상인 약 300명 가게를 닫고 거리에 모여 시위를 펼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무기를 든 시위대가 발포해 경찰관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이란 관영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특히 말렉샤히 지역에서 열린 시위 사망자의 장례식 후 100여 명의 조문객들이 거리로 나가 은행 세 곳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로 인한 사망자 추계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 네트워크(HRANA)는 이란 반정부 시위 11일 동안 최소 38명이 사망하고 최소 2076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 29명, 경찰과 보안요원 4명이 포함됐고, 18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도 5명 숨졌다고 전해진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세계 각국 정부는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가능한 빨리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호주 외교통상부(DFAT)는 이날 여행경보를 내고 “전국적으로 폭력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예고 없이 추가로 격화할 수 있다”며 출국을 경고했다.
이란 정부는 강경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법원장은 이날 시위대에게 “이슬람 공화국에 대항하는 적을 돕는 자들에게는 어떠한 관용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시위대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제이 대법원장은 “미국과 이슬람이 혼합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슬람 공화국과 국민의 평화를 해치는 적을 돕는 자는 누구든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가 보안군에 발포하면 지원에 나서겠다”며 시위대를 옹호하자 이에 반박한 것이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7)가 시위 진압 실패에 대비해 러시아 등으로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고령의 하메네이는 시위 발발 후 “적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1989년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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