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공원 중국 기념물 철거에 정치적 파장

  • 뉴시스(신문)

중국인 진출 150주년 맞아 조성된 공원
기념탑, 중-파나마 우정의 아치 전격 철거
파나마 대통령 “용서할 수 없는 행위” 비난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파나마 운하 운영권 장악을 두고 갈등하는 가운데 운하를 내려다보는 공원에 설치됐던 중국 관련 구조물들이 철거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나마 운하 입구를 내려다보는 파나마 시티 교외 지역에 설치된 아메리카 전망대(Mirador de las Américas)는 2004년 중국인들의 파나마 정착 150주년을 기념하고 파나마 운하 건설에 동원된 중국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건설된 곳이다.

이 공원은 화교 공동체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서서히 황폐해졌다.

공원에 설치된 기념비는 옆면의 타일이 떨어져 나가고 중파공원(中巴公園)이라는 현판이 붙은 우정의 아치는 출입이 통제돼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7일 공원을 관리하는 아라이한 시청이 아치와 기념비를 철거하고 공원을 폐쇄했다. 스테파니 페냘바 아라이한 시장은 철거 결정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일 뿐 정치적 압력을 받아서 내린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중국의 파나마 운하 건설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강제 철거한 것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냈다.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도 시설물 철거를 “용서할 수 없는 비이성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29일 소셜 미디어 글에서 파나마의 화교 공동체가 여러 세대에 걸쳐 뿌리내려 왔으며 전적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노는 운하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격적 수사에는 반발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그는 지난 여름 내내 아메리카 전망대 부지가 지정학적 긴장에 휘말리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파나마는 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운하를 두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한 직후인 지난 2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탈퇴했다.

물리노 정부는 중국 기업이 소유한 통신 타워를 미국이 철거하도록 했으며 미국 군대의 복귀를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페냘바 시장은 연초 인스타그램에 우정의 아치나 기념탑이 없는 모습의 아메리카 전망대 조감도를 게시했었다. 그는 중국계 파나마 공동체 단체들이 공원 보수를 허가해달라며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허용하지 않았다.

토니 장 파옌 자선회 회장이 기념물이 폐쇄된 날 밤 현지 언론에 중국계 파나마인으로서 고통스럽다며 페냘바 시장은 파나마의 역사를 바꿀 권리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쉬쉐위안 파나마 주재 중국대사는 기념물 철거 여파로 파나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성명에서 물리노 대통령 등 여러 인사들의 반발이 역사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연대를 중시하는 파나마의 관대한 문화, 그리고 국가적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강조하고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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