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19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범인 포함 4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수사 당국이 “계획 범죄로 보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유사 범행을 예고하는 협박성 게시물이 계속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흉기 난동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범인, 방화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
20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병역법 위반으로 수배중이던 장원(張文·27)은 19일 오후 5시반경 타이베이 중앙역 지하 통로에서 연막탄 여러 개를 터뜨린 뒤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주변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후 그는 첫 범행 현장에서 약 1㎞ 떨어진 중산역 인근 쇼핑가로 이동해 연막탄을 던지고 혼란을 틈타 또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장원은 인근 대형 서점 ‘청핀(誠品)’에 들어가 다시 흉기로 시민들을 마구 공격했다. 출동한 경찰에 포위당하자 건물 옥상인 6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로 인해 장원의 칼부림을 막으려던 57세 남성 위자창 씨를 포함해 무고한 시민 3명이 숨졌다. 11명의 부상자 중 2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대만 경찰에 따르면 장원은 대학 졸업 후 공군에 자원입대했으나 2022년 음주운전으로 제대했다. 올해 의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 병역 방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방 검찰청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경비·보안 업무를 한 적이 있으나 무직 상태였다. 그의 부모는 “최근 2년간 아들과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반부터 클라우드 문서에 상세한 ‘범죄 계획서’를 작성하고 중산 일대를 수 차례 답사했다. 특히 16일에는 오토바이를 이용해 범행 현장인 다퉁구와 중산구 일대 지리를 익혔다. 18일에는 청핀 서점을 방문해 옥상의 크리스마스 장식 촬영 방법을 물었다.
경찰은 장원이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무차별 칼부림으로 4명을 살해하고 24명을 다치게 한 뒤 총살형으로 처형된 정제(鄭捷·1993~2016) 범행 수법과 관련 정보를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지하철 지하통로에서 연막탄 17개, 휘발유 15병, 전술 조끼, 칼 등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그가 방화까지 준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P뉴시스● SNS에 모방 범죄 관련 글 계속 올라와
모방 범죄 우려도 높다. 사건 직후 장원의 형제를 주장하는 한 시민이 소셜미디어에 남부 가오슝 기차역, 중부 타이중의 신광미츠코시 백화점을 대상으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리트윗했다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31일 베이터우에서 100명이 살해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은 20일 경찰청을 찾아 대테러 대응력 강화를 지시했다. 당국은 주요 교통 중심지와 지하철역,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고 번화가에서 경찰 순찰을 대폭 늘렸다. 이와 별도로 위 씨의 순교자 기념관 안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만 정부와 갈등 중인 중국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도 “무고한 희생 사건에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한다”고 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