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꽤 긴 회담 예정돼 있어”
무역 외에 핵-대만 문제도 거론
“희토류는 사소한 문제” 신경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꽤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30일, 다음달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만나 무역협상 담판을 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핵심 의제로 강조했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중국의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 중단 등 무역의제는 물론 핵 군축까지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20일 그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의제인 ‘대만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6년 만에 대면하는 시 주석과 경제 군사 외교 등 최대한 많은 현안을 다루고, 이를 통해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트럼프 “희토류는 사소”…SW 수출 규제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음 주에 아주 중요한 해외 순방을 떠난다. 시 주석과 꽤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자리에선 여러 의문, 우려,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린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두고 “희토류는 사소한 문제”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희토류는 전 세계에 많다. 우리에겐 (중국을) 대체할 공급원도 있다”며 “관세야말로 (희토류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의도적으로 희토류의 중요성은 평가절하하고, 고율 관세의 위력은 부각시키며 협상에서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의 지지세가 강한 미 중부 농촌 지역에서 관심이 큰 “대두(大豆) 문제에서도 합의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산 대두를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으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두 수출 재개가 정상회담 때 중요한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소프트웨어(SW)가 들어가는 노트북, 항공기 엔진 등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는 같은 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규제는 수용 불가능하다. 이 사안은 ‘미국과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와 중국’의 문제”라고 불만을 표했다.
● 트럼프 “시 주석과 핵도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핵에 관해서도 거래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며 ‘핵 군축’을 주요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집권 1기 때부터 중국, 러시아와 새로운 군축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2020년 3월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발효 50주년 성명에서 “러시아, 중국과 대담한 ‘3자 핵 군축 구상’을 제안하겠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과의 군사 소통을 강화하고 핵 등을 논의할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운영할 뜻을 밝혔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중국은 “핵무기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부터 핵 군축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며 수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무서운 핵 확장 속도를 견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가 다음, 중국은 그보다 훨씬 뒤처져 있지만 4~5년 내 (중국의 핵이) 너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계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무역협상 담판을 앞두고 핵까지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그간 중국이 핵 군축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감안해 중국에 핵 군축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통상 등 다른 분야에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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