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질 잡는 것 절대 안돼
中 제품에 대규모 관세인상 검토”
미중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 시사속
협상력 높이려는 벼랑끝 전술 분석도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조차 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이 9일 한층 강화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하는 등 APEC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다각도 압박에 나선 가운데, 이를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대폭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가능성도 크게 키웠다. 다만 일각에선 양국 간 이 같은 신경전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긴장 고조 움직일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 “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에서 아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서한을 보내 희토류 관련된 모든 생산 요소에 대해 수출 통제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중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품목들까지 포함해,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9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관련 해외 수출 통제 조치 시행 결정’을 발표하며 중국 이외 지역에서 중국산 희토류를 혼합해 영구자석 등을 제조할 경우(희토류 함유율 0.1% 이상)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 및 제련, 영구자석 제조, 2차 자원 재활용 기술 등도 모두 이번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어 하루 뒤 중국 당국은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도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역시 14일을 기준으로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1천원)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히자 맞불 카드를 즉각 꺼내든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런 일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며 “본질적으로 그것은 시장 전체를 ‘막아버리고(clog)’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도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captive)’로 잡아선 절대 안 되지만, 그것이 바로 그들(중국)의 오랜 계획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를 “음흉하고 적대적인 행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및 보복 조치도 시사했다. “미국 또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자원과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 힘은 중국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다”고 밝힌 것. 그러면서 “나는 그 힘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젠 다르다”면서 가시적인 조치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번 적대적 ‘명령(order)’ 관련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에 대한 재정적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검토 중인 정책 중 하나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콕 집어 언급했다.
그는 “시 주석과 (이번 일로) 통화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불쾌감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이 일은 나뿐 아니라 자유 세계의 모든 지도자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 “中 조치에 맞불 카드로 미중 정상회담 협상력 극대화 전략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장문의 글을 올려 중국을 거칠게 비난한 건, 최근 중국이 취하는 일련의 행보를 더는 두고 봐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첨단 산업 및 무기 시스템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무기화하며 미국을 더 압박하기 전에 사전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취재진으로부터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도입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는 말에 “우리는 수입을 하고 수출도 하는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수입을 하고 있다”면서 “어쩌면 그것을 중단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중국이 희로류 수출 통제 등 조치를 내놓자, 이를 두고 대미(對美)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중 정상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이 같은 의도를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이번에 벼랑 끝 전술로 맞받아쳤다는 것. 미중 무역 협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정상회담을 앞두고 밀려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중국뿐만 아니라, 무역 합의에 미온적인 다른 국가들까지 겨냥해 던진 경고장이란 해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관세’ 카드를 언제든 꺼내들 수 있음을 강조하며 “협상을 질질 끌거나 자원을 무기화하는 등 미국에 맞서면 엄청난 보복을 얻어 맞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입장문.(트럼프 트루스소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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