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이달내 만날수도”… 美-러, 종전 넘어 경제협력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0일 03시 00분


[우크라 종전 협상]
트럼프 “협상 잘 진행, 종전 자신감”… 젤렌스키 비판하며 정권교체 언급
대러 정책, 제재서 협력으로 반전… EU “러에 새 제재 부과할 것” 반발

“매우 잘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대러 제재 완화를 비롯한 향후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

이에 따라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대(對)러 정책이 ‘제재’에서 ‘협력’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엔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내비쳤다. 향후 진행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배제하고 러시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 “트럼프, 바이든 ‘대러 접근’ 뒤집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각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각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말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회담이 이달 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러가 단순한 종전 협상을 넘어 관계 회복 및 경제 협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러 회담을 마친 뒤 “양측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정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 구성과 더불어 양국 대사의 신속한 임명,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 등에도 합의했다.

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를 처벌하려는 서방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우회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접근 방식을 뒤집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대러 경제 제재를 추진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무기 지원을 지속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협력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CNN은 “푸틴의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이 중-러 협력을 느슨하게 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 트럼프, “젤렌스키 지지율 4%밖에 안 돼”

18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논의를 위한 고위급 협상에 나선 것을 비판하며 다음 날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앙카라=AP 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논의를 위한 고위급 협상에 나선 것을 비판하며 다음 날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앙카라=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른 지 오래됐다. 우크라이나에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방치한 지도부가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밖에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립도 불거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제 제재 완화 및 해제 등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EU는 루비오 장관의 대러 제재 완화 발언에도 19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과 기존의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유조선(그림자 함대)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미국#러시아#볼로디미르 젤렌스키#블라디미르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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