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배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개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2.19 팜비치=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가 25%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내용은 4월 2일에 공유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 달 12일부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부과하는 25% ‘관세 폭탄’과 같은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4월 2일에 말씀드릴 가능성이 크지만, 25%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4월 2일’은 그의 내각 구성원들이 미국에 수입되는 다양한 품목에 대한 관세 적용 선택지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다음날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까지 ‘관세 무기화’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347억4400만 달러(약 50조3800억 원)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자동차 해외 수출액 중 미국 시장 비중은 49.1%를 차지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21억 달러(약 3조 원)에 그쳤다. 대체재가 드문 한국산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는 대체재가 많아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면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 약 153만5616대를 수출했다.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자동차는 4만7190대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16.8%가 한국(8.6%)과 일본(8.2%)에서 생산돼 역대 최대 점유율을 나타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FTA를 체결해 서로 자동차에 관세를 거의 물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관세 폭풍을 지나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4월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10.4%로 반도체(20.8%) 다음으로 컸다. 자동차는 철강, 배터리 등 다른 산업에 주는 영향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2.19 팜비치=AP 뉴시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의 여지도 남겨뒀다. 그는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내 생산 시설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현지에서 10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관세 부과를 피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운영 중인 앨라배마 공장(36만 대), 조지아 공장(34만 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50만 대)의 생산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연간 약 120만 대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에 대해서도 “25%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대미 의약품 수출은 15억 달러(약 2조 원)에 달한다. 의약품(미국 수출 의존도 15.8%)은 자동차(49.1%) 다음으로 전 세계 국가 중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확대 덕에 지난해 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116.2% 늘었는데 이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만 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는 중이라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밖에서 조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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