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뮌헨=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보장하지 않은 채 미국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와 휴전을 추진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자, 자국에 대한 안보 보장 필요성을 피력하며 우려를 표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공개된 독일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서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그걸 그냥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며 나토 가입을 재차 주장했다.
이어 “아무도 아프가니스탄 2.0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방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같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나토 가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지 않은 채 전쟁을 끝낼 경우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트럼프 1기 당시인 2020년 무장단체 탈레반과 평화 협정을 체결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철수를 시작했고, 2021년 8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완전 철수를 감행했다. 그러나 급속한 철군에 안보 공백이 생긴 틈을 타 탈레반이 공세를 펼치면서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하는 결과를 낳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푸틴 기분 좋은 말만 하는 게 문제다. 그것이 핵심”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 위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신속한 종전 협상 타결’이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러시아의 협상 조건에 일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서로 만나 빠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그(푸틴)를 기쁘게 하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휴전은 성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유럽이고 여러분과 똑같다”며 유럽의 지원과 협력을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3년간 유럽 군사력이 약간 나아졌지만 “전투 병력 규모와 해군력, 공군력, 드론 측면에서 약하다”며 유럽이 자체 방위력을 증대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는 14∼16일 열린 뮌헨안보회의 때 진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아군 확보를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17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데 이어 18일 튀르키예에 도착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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