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2.04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유럽연합(EU)산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 시간)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세 폭탄을 우려한 EU는 관세와 관련해 미국과 “빨리 협의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협상을 제안했다.
EU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부터 일찍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미국에 대한 유화책과 함께 미국산 제품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에 치밀하게 대응 카드를 비축해둔 것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이 신문에 “아직 폭넓은 합의는 없지만, 일부는 EU에 10% 관세를 매기기를 원한다”며 “모든 EU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EU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EU 주요국 정상들은 무역 전쟁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EU산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EU는 위스키, 오토바이, 청바지 등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위협에 EU는 대화를 서두르고 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위원은 4일 회의에서 “무역 관련 논의에 일찍이 참여하길 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장관으로 지명한 금융가 하워드 루트닉의 임명이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연설에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EU는 사실 일찍이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무역 압박에 대응할 방안을 다각도로 준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당국자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엔 EU가 LNG 등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주는 협상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일부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요구하는 대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안도 고려됐다.
유화책과 함께 강경책으로 EU 경제를 보호하는 방안도 있었다. 유화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EU가 50%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 하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EU 집행위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수입품 목록을 검토하는 데 수개월을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내용을 철저한 비밀에 부쳤다고 FT는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