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 운명 결정할 배심원 선정 이틀째… 12명 중 7명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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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사원)’의 팬이었습니다.”
“누구도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피고인 자격으로 형사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의 유죄 여부를 가릴 배심원 선정 심문이 이틀째 이어졌다. 배심원단 12명과 대체후보 6명을 뽑는 심문은 길게는 2주 정도 걸릴 예정이나, 이날 벌써 7명이 확정됐다.

검찰과 트럼프 측이 모두 동의한 7명은 아일랜드 출신 세일즈맨과 종양학 간호사, 푸에르토리코 출신 할아버지, 할렘 출신 중학교 교사, 변호사 2명, 디즈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성별로는 남성 4명과 여성 3명으로 세일즈맨이 배심원단 대표를 맡게 됐다.

이 가운데 중학교 교사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사무실에 앉아 자기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사람보단 트럼프가 낫다고 말했다”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트럼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재판은 유무죄 평결을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때문에, 소수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 기울면 쉽게 평결을 내기 어려워진다.

이날 배심원단 후보로 뽑힌 이들의 견해를 듣는 심문 과정을 트럼프 전 대통령도 피고석에 앉아 경청했다. 한 시민이 그가 출연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팬이란 말에 미소를 지었으며, 자신의 저서를 읽었다는 대답이 나왔을 땐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판사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여성 배심원 후보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에 참석한 영상이 소개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향해 중얼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후안 머천 판사는 “무슨 말인지 들리진 않지만 배심원을 향해 직접 언행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절대 배심원들을 겁먹게 하지 않겠다”고 주의를 줬다.

미 뉴욕주 배심원단은 지역 유권자 명부에서 무작위로 소집되며, 거부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검찰과 트럼프 변호사들은 전날 예비 배심원단 96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들의 성향을 분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들을 뽑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판은 매주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4일 동안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린다. 18일 재판이 재개되면 나머지 배심원단 11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현지 매체들은 “예상보다 선정 속도가 빨라 22일이면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머천 판사 역시 확정된 배심원들에게 “22일에 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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