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비밀병기’라더니… 조롱거리된 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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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배경으로 바이든 국정연설 반박
팩트 틀리고 어색한 말투로 ‘부메랑’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반박하기 위해 야당 공화당이 내세운 ‘비밀 병기’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42·사진)이 실망스러운 반박 연설로 비판받고 있다. 그의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표정, 사실관계 오류, 연설 장소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자택의 부엌을 택한 점 등을 조롱하는 ‘밈(meme)’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에 입성한 브릿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40세나 차이 나는 그가 젊고 활기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 잇따른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부각시킬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하면서 2002년 멕시코 갱단에 납치돼 4년간 성노예 생활을 한 여성의 사례를 들었다. 바이든 행정부와 아무 상관이 없는 피해자를 거론한 것이다. 금세라도 울 것 같은 표정,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표정과 목소리를 강하게 바꾼 점도 부자연스러웠다는 평이 많다.

연설 장소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설립자조차 “마치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 보였다”며 부엌을 문제 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평소보다 더 활기찬 모습을 보인 것 또한 브릿 의원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정연설의 생방송 시청자는 작년보다 18% 증가한 3220만 명이었다.

미 야당은 현직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반박하는 사람으로 신성 정치인을 종종 내세운다.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2008년 초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해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여세를 몰아 같은 해 대선에서 백악관 주인으로 직행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대선#공화당#비밀병기#케이티 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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