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도 핵 사용’ 러 기밀문서 공개… 러 “진위 의심” 中 “우호 확립”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9일 17시 14분


코멘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News1 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News1 DB
러시아가 외세와 무력 충돌할 경우 초기부터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훈련해왔다는 러시아군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최근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해당 문서엔 친(親)러시아 국가인 중국과 맞붙더라도 핵을 활용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최근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2008~2014년 러시아군 훈련을 위해 작성된 29건의 기밀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워게임(war game) 시나리오’를 다룬 해당 문서에는 러시아가 전술핵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설명돼 있다. 외국이 러시아를 공격하거나, 러시아가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억제 당하거나, 전투에 패하거나 영토 상실 가능성이 있을 때 전술핵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해군 훈련 문서에도 전술핵 공격 상황이 나와있다. △적군의 러시아 영토 진입 △국경 경비 부대의 패배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적 공격 임박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군 전략핵잠수함(SSBN) 전력의 20% 이상, 핵추진잠수함(SSN)의 30% 이상, 순양함 3척 이상, 공군 기지 세 곳 이상이 파괴될 경우도 잠재적인 전술핵 상황으로 보고 있다.

독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국장은 FT에 “이런 문서가 공공 영역에서 보도된 것은 처음 본다”며 “러시아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의 문턱이 매우 낮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이한 건 중국도 잠재적인 적군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개된 문서 중 하나에 따르면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는 중국이 침공할 경우를 가정해 전술핵 사용 예행연습을 줄곧 해왔다.

일단 중국은 해당 기밀문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공개에 대해 “양국은 영원한 우호를 법적으로 확립했다”며 사실 관계를 부인했다. 러시아 측도 즉각 “해당 문서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부정하고 나섰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