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反中 라이-親中 허우 초접전… ‘中 개입’은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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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슈퍼선거의 해… 첫 선거 D-30
집권당 라이칭더-제1야당 허우유이… 2.6%P차 박빙… 격차 계속 줄어
中, 대만 해역서 해-공군 훈련 등… 어떤 식으로든 개입 가능성 우려

“대만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인정받을지, 중국에 무시당할지를 선택하라.”(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대선 후보)

“대만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개방하고 대만 기업인이 중국에서 권익을 보장받도록 하겠다.”(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꼭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은 대만은 물론 한국 미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전 세계 약 4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돼 지구 인구의 절반인 최소 42억 명이 선거에 참여하는 ‘슈퍼 선거의 해’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이 중 첫 선거일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와중에 치러지는 일종의 ‘미중 대리전’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 내부의 세대, 지역 갈등 또한 상당하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듯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 겸 부총통과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 겸 신베이시장은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되건 2위 후보와의 격차가 매우 근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승자는 내년 5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 라이칭더 vs 허우유이 초접전
현재 구도는 ‘2강(强) 1중(中)’ 양상이다. 현지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美麗島電子報)가 12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反)중국 친(親)미국’ 성향이 강한 라이 후보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외치는 허우 후보의 지지율은 32.5%로 둘의 격차가 2.6%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여론조사의 신뢰 수준은 95%, 오차범위는 ±2.8%포인트다.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64) 후보는 17.0%를 얻었다. 6∼8일 같은 매체의 조사 때는 라이 후보의 지지율이 37.8%, 허우 후보는 32.6%였다. 당시 5.2%포인트에 달했던 격차가 며칠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라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내내 선두를 지켰지만 나머지 후보와의 격차를 좀처럼 벌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최우수 선수(MVP·Most Valuable Player)”라고 주장할 만큼 반중 성향이 강하다.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등의 고정표가 확실하나 과거 텃밭으로 꼽혔던 젊은층의 이탈 조짐, 최근 고향 집의 불법 건축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30%대에 갇혔다.

커 후보의 선전 또한 라이 후보에게 불리한 양상이다. 특히 젊은층이 라이 후보 대신 커 후보를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중국시보가 13일 분석했다. 민중당은 7일부터 매일 8시간씩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며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롄허보 또한 “민중당이 온라인을 장악했다”고 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이베이 시민 A 씨(25·회사원)는 소셜미디어 메시징앱을 통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억압하는데도 국민당의 친중 노선이 과하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라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시민 차이화 씨(25)는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이 대만에 해를 끼칠 것이 걱정된다. 그래서 커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허우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줄곧 커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커 지난달 말 단일화가 결렬됐다. 이때만 해도 라이 후보가 낙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허우 후보는 국민당의 주요 지지층인 고령층 등 외 청년층을 적극 공략하며 격차를 야금야금 좁히고 있다.

그가 8일 내놓은 청년층의 주택 구입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청년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계약금 일부를 면제해주고 1500만 대만달러(약 6억 원)까지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 中 개입, 판세 영향 줄 남은 변수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3일 관련 질문을 받고 “대만 선거는 순전히 중국 내부의 사무에 속한다”고 답했다. 이어 “선거에 관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최근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샌드라 우드커크 타이베이 사무처장이 “외부 세력(중국)이 선거를 조작할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과 정보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다.

중국의 군사 위협 또한 고조되고 있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해군과 공군이 대만 해역에서 4차례 합동 기동훈련을 펼쳤다고 전했다. 11일에도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이 이끄는 해군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10일 중국 쓰촨성에서 발사된 ‘창정-2D’ 로켓은 대만 남서쪽 영공을 통과했다.

젊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군 의무복무 기간이 기존 4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라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샤오메이친(蕭美琴·52) 민진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복무 기간 단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만인이 자신을 지킬 결심을 해야 외부에서도 도움을 준다”고 일축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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