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야당 후보 단일화 실패…反中 라이 후보 당선 가능성 높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4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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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유권자들 평화와 전쟁 중 선택해야”

내년 1월 13일 치러질 예정인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親)중국 성향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까지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따로따로 후보 등록을 한 것이다. 선거가 이대로 치러진다면 반(反)중국 성향의 집권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중국은 대만 유권자들에게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24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국민당과 제2야당인 민중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각자 후보를 등록했다. 이에 따라 국민당에서는 허우유이(侯友宜), 민중당에서는 커원저(柯文哲) 후보를 앞세워 총통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앞서 15일 국민당과 민중당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18일까지 총통·부총통 후보를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오차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이견을 보여 단일화에 실패했다. 양당은 후보 등록 마감 전날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여론조사 결과 1위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다. 라이 후보는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으로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라이 후보에 이어 친중 성향의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2, 3위를 달리고 있고 무소속 궈타이밍(郭台銘) 후보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2~4위 후보들은 차이는 있지만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친중 성향의 2, 3위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누가 총통 후보가 되더라도 승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친중 성향 유권자 표는 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여당 라이 후보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이지만 선거운동 기간 중 막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단일화 요구 여론이 거세질 경우 야당 후보 가운데 한 명이 후보를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 단일화 무산으로 반중 정치인인 라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은 “현재 대만은 평화와 전쟁, 번영과 쇠퇴라는 두 갈래 길, 두 가지 앞날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24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천빈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 지역의 현행 사회 제도를 존중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천 대변인은 “내년 초 선거 결과가 대만 지역의 평화와 안정 수호에 도움이 되고, 양안 관계를 평화와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복귀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달 5일까지 등록된 총통 및 부총통 후보들의 자격을 심사하고, 다음달 15일 최종 후보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자들 간 TV 정책 토론은 다음달 16일부터 내년 1월 12일 사이에 실시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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