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 폴란드 야권 연합, 대통령에 가로막혀 내각 출범 지연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7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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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 대통령, 선거 뒤 한 달께 만에 첫 회의 소집
투스크 내각 출범 가능성 커…시점에 이목 쏠려
"마지막 포섭·정권 비위 지우기"…행보 의도 지적

지난 15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른 폴란드가 오는 12월에야 내각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야권의 연립내각 출범 시기를 늦추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의회 과반 의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새 정부 출범을 향한 기대를 모은 야권 연합은 당분간은 행정 대신 정치의 공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방침이다.

◆두다 대통령 “다음 달 13일 하원 소집”…선거 한 달께 만에 첫 회의

26일 가디언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하원 의회의 첫 번째 회의 예비일은 헌법 규범을 고려할 때 가능한 가장 이른 날짜인 다음 달 13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치른 지 한 달께가 지나서 첫 회의를 갖겠다는 의미다.

폴란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안에 새 의회를 소집하고, 14일 안으로 총리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 총리 후보는 내각을 구성해 의회에서 신임투표를 받아야 한다.

총리 후보 지명은 나중에 발표하겠다고 공표했다. 두다 대통령은 “총리직에 현직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전 총리인 도날트 투스크 시민연단(PO) 대표라는 두 명의 진지한 후보가 있다”면서 “폴란드는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한 새로운 상황을 직면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의 후보를 지명함으로써 전통을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총선에서 과반 의석 이상 확보한 야당 연합을 두고 단일 정당으로 최다 득표한 집권당 법과정의당(PiS)에 내각 수립권을 우선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투스크 전 총리, 9년 만에 총리직 복귀 예상…문제는 ‘시점’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야권 연합의 출범을 지연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법과정의당은 총선에서 제1당에 올라섰지만, 의석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내각을 꾸릴 수 없다.

반면 민주주의 회복을 기치로 힘을 모으기로 한 시민연합·제3의 길·좌파당 등 야권 연합은 하원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53.71%로 248석을 확보했다. 이들 연합은 정부 구성을 위해 필요한 과반 의석(231석)을 초과했다.

이들은 투스크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정했다. 2007~2014년 제13대 폴란드 총리를 지낸 투스크 대표의 9년 만의 총리직 복귀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최다 득표를 한 ‘단일’ 정당에 우선권을 부여하면서 법과정의당에 내각 구성 기회를 먼저 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야권의 연립내각 출범을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적 의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법과정의당은 의회에서 내각 신임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야권 연합을 비롯한 다른 정당에서도 총리 후보를 자유롭게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되면서 오는 12월에야 새 내각이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투스크 대표를 비롯한 야권 연대는 계속해 두다 대통령에게 이 같은 과정을 겪지 않도록 야권 연합에 우선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달라고 촉구해 왔다.

◆“내각 수립 위한 포섭 중·정권 비리 지우는 중” 비평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두다 대통령의 움직임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의회에서 194석을 차지한 법과정의당이 다른 정당에서 의원 37명을 설득해 합류시켜 내각을 만들려고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각 수립 가능성이 없지만 법과정의당이 비리를 지울 시간을 벌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다 대통령이 새 야권 내각이 정국을 꾸려가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고 한다는 평가다. 그동안 두다 대통령과 모라비에츠키 총리 등 법과정의당 요인이 집권 8년 동안 벌인 비위 행위에 관한 증거를 지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014년부터 집권한 법과정의당은 8년 동안 숱한 비판에 직면했다. 야당은 법과정의당을 두고 법치주의 파괴, 임신중단권 폐기, 성소수자 권리 혐오 등을 내세워 정치적 비판을 가했다.

투스크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이 출범하면 폴란드 중앙정치지형은 분점정부로서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전망이다. 하지만 내각 수립까지 두다 대통령과 야권 연합이 갈등을 겪은 만큼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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