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생방송 여기자 성추행…‘마초문화’ 또 도마 위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14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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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중이던 기자에게 다가와 신체 접촉
축구협회장 강제 입맞춤 사건 이어 공분
정치권도 가세…"합의 없는 접촉은 성폭력"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 행인이 생방송 중이던 여기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축구협회장의 여선수 강제 입맞춤 사건에 이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성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스페인 내에서 ‘마초문화’(극단적 남성주의)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방송 쿠아트로 소속 이사 발라도 기자는 전날 마드리드 중심가에서 생방송 중계 중 A(25)씨에게 성추행당했다.

발라도 기자는 강도 습격 사건을 보도 중이었고, A씨는 다가와 ‘어느 방송국 소속이냐’고 물으며 신체를 만졌다.

발라도 기자는 당황했지만, 곧 보도를 이어갔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보고 있던 앵커는 “미안하다. 잠깐 멈춰달라”며 “방금 저 남자가 당신을 만진 거냐. 저 멍청한 놈을 화면에 비춰달라”고 했다.

발라도 기자는 “우리가 어느 방송국에서 왔는지 묻고 싶은 건 알겠는데, 꼭 내 뒤를 만져야 했냐”며 “난 지금 중계 중이고, 일하는 중이다”라고 따져 물었다.

A씨는 신체를 만지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하면서도 다시 발라도 기자에게 손을 뻗었으며, 떠나는 순간에도 머리카락을 만졌다.

발라도 기자는 A씨가 길거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으며 “나뿐만 아니라 그가 만나는 모든 여성이 겪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불안해졌다고 말하자, A씨는 되돌아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대로 말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같은 날 A씨를 성추행 혐의로 체포했다.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퍼지자 스페인 전역에선 대대적 공분이 일었다.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선 영상이 ‘끝났다’는 뜻의 해시태그와 함께 빠르게 확산했다.

해당 해시태그는 지난달 20일 여자월드컵에서 루이스 루비알레스 당시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우승 선수에게 강제 입맞춤한 사건 이후 이를 비난하기 위해 시작됐다.

정치권에서도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지금까지 ‘평범하다’고 여겨졌던 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합의되지 않은 신체 접촉은 성폭력이며, 처벌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욜란다 디아즈 제2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도 처벌 촉구에 나섰다. 디아즈 부총리는 “마초주의가 언론인들을 성폭행에 노출시키는 반면 가해자는 카메라 앞에서도 뉘우치지 않게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좌파 성향 마스마드리드당의 리타 마에스트레 의원은 SNS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젠 상식적으로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이런 변화를 페미니즘이라고 부른다”고 평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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