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먼지 털고 있다”… ‘바이든 암살 위협’ 남성, FBI 체포작전 중 사살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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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총기를 휴대한 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야당 후보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상대 진영을 악마화해 공격하는 테러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NS에 “총 먼지 털고 있다” 바이든 살해 위협


9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에 대한 살해 위협을 가한 미국 유타주의 70대 남성이 FBI에 의해 사살됐다. FBI는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6시 15분경 ‘살인 예고’ 용의자 크레이그 로버트슨(74)의 자택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던 중 크레이그가 총기를 들고 요원들을 위협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그는 수개월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등 정부 고위층을 비롯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끈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찰청장,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등에게 위협을 가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7일에는 SNS에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유타주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묻어 놓은 길리슈트(위장복)를 꺼내고 M24 저격용 라이플의 먼지를 털고 있다”며 암살 계획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대선을 11일 앞두고 선거 유세 중이던 야당 후보가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야당인 ‘건설운동’ 소속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59)는 9일 오후 6시 20분경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오토바이에 탄 괴한 3명의 총격을 받았다. 괴한들은 비야비센시오 후보와 일행에게 약 30발의 총격을 퍼부었다. 비야비센시오는 머리 3곳에 총상을 입은 뒤 병원에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비야비센시오 후보 외에도 경찰관 2명을 포함해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총격전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총격범은 이날 밤 사망했다.

에콰도르에서는 탄핵 위기에 몰린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67)이 올해 5월 스스로 물러나면서 국회를 해산해 조기 대선에 들어간 상태였다. 20일 치러질 대선에는 8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며,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균 7.5%의 지지율로 5위권을 기록 중이었다.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에콰도르에는 마약 카르텔이 득세하면서 살인 등 강력 범죄율이 치솟고 있으며, 정치인도 마약 밀매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숨진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피격 사건 일주일 전 마약 밀매 조직 두목에게 위협을 받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아구스틴 인트리아고 만타시장이, 올 2월에는 오마르 메넨데스 푸에르토 로페스 시장 당선자가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 “정치폭력의 주체, 좌파→우파로”
최근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치 폭력 빈도도 늘어나고 있는데 폭력을 행하는 주체가 좌파에서 우파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1970년 한 해에만 450건 이상의 정치 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며, 당시에는 주로 좌파의 공격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이후 정치 폭력은 비교적 줄어들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6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로이터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일어난 미국 내 213건의 정치적 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사상자가 발생한 18건의 치명적인 공격 중 13건의 가해자가 우파 성향이었다. 좌파는 1명에 그쳤다.

메릴랜드대 범죄학자 게리 라프리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과 코로나19 확산, 경제력 부족 등이 정치적 폭력의 원인이 됐다”며 “정치적 폭력이 아직 정점에 도달한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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