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횡단 ‘오리가족’ 도우려다 ‘쾅’…박수치던 아이들 충격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5월 23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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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리 가족’의 도로 횡단을 돕던 가장이 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남자의 자녀들과 다른 목격자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응원하는 가운데 사고가 벌어져 충격을 더했다.

23일 뉴욕포스트 KCRA 등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캘리포니아주 록클린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어미오리가 새끼오리 무리를 이끌고 교차로에 들어서자 남성 운전자 A 씨가 자신의 차에서 내려 안전한 도로 밖으로 유도했다. 오리도 보호하고 교통체증도 막기 위함이었다. A 씨 아이들은 차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다른 운전자들도 기다리고 서서 지켜보며 박수를 쳤다. 엄마와 함께 차에서 지켜보던 소년 윌리엄(12)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선행을 하다가 숨진 A 씨의 마지막 모습. 목격자 윌리엄(William Wimsatt) 촬영 영상
선행을 하다가 숨진 A 씨의 마지막 모습. 목격자 윌리엄(William Wimsatt) 촬영 영상

윌리엄은 “그 남자가 정말 친절하게 오리 가족을 몰았고, 모두가 박수를 쳤다. 녹색으로 신호가 바뀌었지만 아무도 교차로를 통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마무리될 무렵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차가 A 씨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건 10대 소녀 운전자였다.

윌리엄은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그가 차에 치이는 소리와 교차로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 뿐이었다. 그의 신발과 양말 하나가 우리 차 앞에 떨어졌다”고 떠올렸다.

또다른 여성 목격자 피터슨은 KCRA에 “‘아, 너무 귀엽다. 저 사람 너무 좋아요’ 라고 말하는 찰나에 갑자기 그가 차에 치였다”고 말했다.

사고 후 윌리엄의 어머니는 A 씨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차안에서 아빠의 충돌을 목격한 아이들이 걱정돼서다.

사고 현장에는 임시 추모비와 고무 오리, 꽃다발이 모이고 있다.

윌리엄은 “그는 차에서 내려 오리를 도우려 노력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이 지역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며 슬퍼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17세 소녀를 조사 중이다. 아직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결정하지 못했으며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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