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바다에서 잡혀와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공연을 하며 살던 범고래가 귀향할 수 있게 됐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의 NBC 방송에 따르면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비영리단체 ‘롤리타의 친구들’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암컷 범고래 ‘롤리타’를 고향인 태평양 북서부로 돌려보낼 계획을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롤리타는 1970년 여름 미 워싱턴주 퓨짓사운드 연안 바다에서 고래 포획꾼들한테 붙잡혔다. 당시 범고래 사냥으로 인해 해당 구역 범고래 13마리가 죽고 45마리가 포획돼 전 세계의 동물원과 수족관으로 수출됐다. 롤리타는 포획 당시 4살로 추정됐고 어미 범고래와 생이별을 한 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사육됐다.
롤리타는 현재 57세로 이 수족관에서 범고래들중 나이가 가장 많다. 이 범고래는 포획된 이후 지난해 병에 걸리기 전까지 약 50여 년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고래 쇼를 하며 살았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2015년 롤리타의 사육 환경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어긋난다며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모회사인 팰리스 엔터테인먼트를 고발했다. PETA는 지속적인 법정공방 끝에 롤리타를 고래쇼에서 은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최근 해양수족관 측과 관련단체들은 롤리타를 2년 안에 북태평양의 서식지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지내고 있는 범고래 롤리타. @LOUISAGUIRRE 트위터 캡처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범고래 네트워크 대표 하워드 가렛은 “이번 롤리타의 귀환은 그간 인간이 망친 자연환경을 복원하고 바로잡는 것”이라며 “롤리타가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 모두 기쁨과 안도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롤리타가 고향에 정착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이 최장 24개월 동안 롤리타를 비행기로 워싱턴과 캐나다 사이의 바다에 있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운송한 후 적응을 도울 계획을 세웠다. 운송 과정에는 롤리타의 트레이너와 수의사가 사냥을 가르치는 등 롤리타가 원서식지에서 적응하기 위한 생존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롤리타의 친구들’ 직원 레이넬 모리스는 “롤리타는 불과 4살 때 끌려갔기 때문에 사냥을 배워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 무리가 내는 소리를 알고 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노래를 잘 기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롤리타의 고향에는 오래전 생이별했던 어미 고래 ‘오션 선(Ocean Sun)’도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오션 선의 나이는 90세 이상으로 추정되며 롤리타가 야생 환경에서 오래 살 수 있다는 방류 옹호론의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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