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의 고스트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진행한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세계적인 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발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트는 1991년 체결된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의 후속 협정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10년 기한이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21년 2월 5년간 연장돼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새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일부 미국 인사들이 전면적 핵무기 시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러시아 국방부와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 이를 준비해야 한다.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차근차근, 우리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쟁의 책임을 거듭 서방에 돌리며 “우크라이나 갈등을 부채질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확전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서방 엘리트들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안보에 필요한 모든 재원을 가지고 있다면서 “러시아 기업들은 공급망을 재건했으며,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새로운 결제 시스템과 금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방은 우리 경제를 패배시키지 못했다. 러시아 경제와 기업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을 지원하는 게 우리 책임”이라며 “특별 국가기금이 참전 용사와 전사자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위한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말하는 등 전쟁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유지하고 사회 안정을 기하기 위한 대책에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나선 것은 2021년 4월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연설은 현지시간 정오에 시작해 2시간가량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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