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中정찰풍선, 주권 침해”… 왕이 “격추는 히스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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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외교, ‘정찰풍선’ 이후 첫 회동
우크라戰-반도체 등 사안마다 충돌
블링컨 “中, 러에 무기제공 땐 문제”

미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후 처음으로 18일(현지 시간) 전격 회동하고 대화를 재개했다. 하지만 정찰풍선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비롯해 모든 현안에서 충돌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1시간여 진행된 회동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이 미 영공을 침입해 미국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 언급했다”며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정찰풍선에 대한) 중국의 사과는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왕 위원은 이날 MSC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에 대해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우며 무력을 남용한 것으로, 명백한 국제협약 위반”이라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감시 정찰 국가로 중국을 모독하고 먹칠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왕 위원은 또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개현경장(改弦更張·방침이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뜻)’을 언급한 뒤 “무력 남용이 미중 관계에 조성한 손해를 직시하고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했다.

양국 외교 수장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대만해협 문제도 논의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새로운 첩보를 공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현재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용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중국에)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원을 검토하는 무기는 “탄약부터 무기 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중국은 평화와 대화의 편에 서 있지만 일부 세력은 평화회담 성공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선 “국가 역량을 동원해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일방주의와 사리사욕으로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 정찰풍선 사태#회동#블링컨#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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