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 대표팀 협박…“경기 전 국가 안 부르면 가족 고문”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29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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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다면 가족들이 처벌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일(이하 한국시간) 미 CNN 보도에 따르면 한 보안 소식통은 “이란 선수들이 지난 21일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경기를 마친 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과의 회의에 소집됐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대생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된 사건을 두고 현재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선수들은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으며 자국의 반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에산 하지사피, 사르다르 아즈문 등 선수들은 대규모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란 선수들은 소신 있는 발언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귀국 후 처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선수들이 앞으로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어떤 형태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 수십 명이 차출돼 자국 선수들이 외국인과의 만남에 나서는지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또 “이란 당국이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에는 선수들에게 승용차 등 선물을 약속했으나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자 가족과 선수들을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선수들은 지난 25일 열렸던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 때는 국가를 불렀다. 그러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고 일부 선수들은 입을 제대로 열지 않았다.

현재 1승1패, 승점 3점으로 조 2위에 올라 있는 이란은 30일 오전 4시 미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란이 이기면 16강에 오를 수 있다. 질 경우 탈락이다. 그러나 선수단도 정치적인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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