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낵 “부채문제 다음 세대로 안 넘겨”… 증세-재정지출 삭감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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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 보수당 5번째 총리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 통합 강조, 노동당 등 야권은 조기 총선 요구
“실력 따져 내각 구성해야” 지적속 前내각 헌트 재무장관은 유임 전망

찰스 3세 만난 수낵 英총리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오른쪽)가 25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수낵 총리에게 새 정부 구성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총리 직을 승인했다. 이날 수낵 총리가 정식 
취임하면서 영국은 올해만 세 번째 총리를 맞았다. 런던=AP 뉴시스
찰스 3세 만난 수낵 英총리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오른쪽)가 25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수낵 총리에게 새 정부 구성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총리 직을 승인했다. 이날 수낵 총리가 정식 취임하면서 영국은 올해만 세 번째 총리를 맞았다. 런던=AP 뉴시스
집권 12년 만에 ‘존립 위기’를 맞은 영국 보수당이 24일(현지 시간) 당선된 리시 수낵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재건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해 수낵 총리가 연착륙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5명의 총리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당 내부 분열이 심화된 데다 노동당 등 야권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정치적 통합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 금융시장 혼란을 촉발한 예산안도 31일 다시 설계해 내놓아야 하는 등 경제 난제도 산적해 있다.
○ 보수당 분열에 수낵 “통합이냐, 죽느냐”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당선 후 첫 보수당 연설에서 “보수당이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당은 통합하지 않으면 죽는다(unite or die)”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80석이나 초과하는 압승을 거둔 2019년 보수당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가 강한 결의를 내비친 것은 그만큼 당 분열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뒤 보수당 대표를 겸하는 영국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에서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에 이어 이번 수낵 총리까지 5명이나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당내에선 총리 사퇴를 압박하고 각자 후보를 밀며 분열이 심화됐다.

24일 총리 겸 보수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 직전에야 수낵 총리에게 몰표가 쏟아졌지만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 존슨 전 총리 등으로 지지가 분산됐다. ‘수낵이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혼란은 수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지한 의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24일 가디언에 “내 머리는 리시에게, 내 마음은 페니에게, 내 영혼은 보리스에게 있다”며 분열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당은 야권의 거센 공격에도 직면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이 나라를 이끌 수 없다며 조기 총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보수당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조기 총선을 이끌어낼 태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이달 20∼21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라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을 찍었고 보수당은 19%만 택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 재투표를 추진하려는 점도 난제다. 국가를 통합해야 하는 보수당으로선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나가면 구심력을 잃게 된다.
○ 수낵 “부채 문제, 다음 세대에 안 넘겨”
수낵 총리는 총리 확정 뒤 25일 첫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는 부채 문제를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운 결정’들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예고한 것이다.

트러스 내각에서 임명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31일 발표될 예산안을 짜는 그가 교체되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낵 내각이 재정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장관엔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모돈트 원내대표나 존슨 전 총리 지지자인 제임스 클레벌리 현 장관을 유임하는 탕평책을 쓸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낵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파가 아닌 실력을 따져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신임 총리는 트러스 측근으로 알려진 장관들을 해고할 수 있다”며 “이들은 실력보단 (트러스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임명됐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가디언에 “내각을 실력 중심으로 꾸리려면 현 내각의 절반 정도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수낵 총리#브렉시트#영국#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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