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반대에 무기력한 유엔…한미일 “北, 안보리 침묵에 미사일로 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14시 12분


코멘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운데)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읽고 있다. 왼쪽편에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대사와 황준국 한국대사가 서 있다. UN 웹TV 캡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운데)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읽고 있다. 왼쪽편에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대사와 황준국 한국대사가 서 있다. UN 웹TV 캡처
북한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한미일과 북중러의 갈등으로 결론 없이 무기력하게 끝났다. 안보리에서 설전을 이어가는 사이 북한은 보란 듯이 올 들어 40번 째 미사일을 쐈다.

5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북한일 올해만 39번 째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에 침묵해선 안 된다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당사국으로 참여한 한국과 일본도 “안보리의 침묵에 북한은 미사일로 답하고 있다”며 무기력한 유엔을 질타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5월에도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북한은 안보리 두 상임이사국의 전면적 보호(Blanket Protection) 속에 전례 없는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두 상임이사국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행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리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상임 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측도 미국과 함께 북한을 규탄했다.

비상임 이사국인 브라질의 호아오 제네시오 데 알메이다 피호 부대사도 “일본은 브라질 국민 20만 명이 살고 있는 곳”이라며 “북한의 위협으로 홋카이도에 사는 브라질 국민들이 위험할 뻔 했다”며 북한을 비난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논의를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열리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거듭되는 결의 위반에 대해 안보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10.06 뉴욕=AP/뉴시스
이해 당사국으로 안보리에 초청받은 황준국 한국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안보와 경제 환경이 취약해진 사이를 틈타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빈번한 미사일 발사와 핵 법제화로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거부한 중국과 러시아를 사실상 비난한 것이다. 역시 당사국으로 초청 받은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도 “(북한의 잦은 도발이) 뉴 노멀이 되면 안된다. 안보리의 신뢰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침묵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경쟁을 강화하고 있는데 한반도 긴장 고조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안나 이브스티그니바 러시아 부대사도 “평양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근시안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높은 군사 행동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등은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며 재차 반박하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안보리 공개회의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측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자고 미국 측이 제안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경 북한은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쐈다. NHK는 이시카네 대사가 안보리 회의 중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정보 수집 중이지만 사실이라면 진심으로 유감”이라며 “안보리가 행동을 하지 않는, 통일적인 의사표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의 기회를 틈탄 듯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일본 언론에 속보로 보도되는 시점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한국 측 황 대사 등과 함께 따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복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위협을 가한다”며 “미국과 (성명에) 참여한 나라들은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국제사회 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외 공동성명에는 한미일 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 프랑스와 비상임 이사국인 알바니아, 브라질, 인도,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동참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