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돼지에 약물 넣자 심장이 다시 뛰었다…죽음의 정의 바뀔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4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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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돼지에 특수 약물을 넣었더니 심장이 다시 뛰고, 간과 신장 세포가 살아났다. 이 돼지는 산 것일까, 죽은 것일까.

3일(현지 시간)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네나드 세스탄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팀이 죽은 뒤 한 시간이 지난 돼지 장기를 일부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돼지의 장기 일부가 되살아났지만 뇌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여전히 죽은 상태”라며 “삶과 죽음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윤리적 의문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죽은 돼지 간, 신장 세포(좌)와 살아난 간, 신장 세포(우)
죽은 돼지 간, 신장 세포(좌)와 살아난 간, 신장 세포(우)
연구진은 죽은 돼지들 중 일부에 체외막산소화(ECMO·에크모) 시스템을 연결했다. 에크모는 위급한 환자의 심장과 폐에 산소가 녹아있는 혈액이 지나가도록 하는 장치다. 연구진은 돼지가 죽고 한 시간이 지난 뒤 이를 통해 영양소, 인공 헤모글로빈 등 13가지 물질로 만든 ‘오르간 엑스(OrganEx)’라는 특수 용액을 주입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에크모 시스템이 작동하는 동안 돼지 심장이 수축하며 전기 신호를 보냈다. 간, 신장 세포의 활동도 감지됐다. 혈액순환이 일어나면서 사후경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심장기능이 완전히 회복되거나 의식이 살아나지는 않았다. 바이오윤리학자인 아서 카플란 뉴욕대 교수는 네이처에 “죽음의 정의는 의학 발전에 따라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이식에 쓸 장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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