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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전설의 특수 검사’ 구마자키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 별세

입력 2022-05-27 19:04업데이트 2022-05-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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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제공
1990년대 일본에서 ‘전설의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날린 구마자키 가쓰히코(熊崎勝彦)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이 27일 심부전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향년 80세.

1942년 기후현에서 태어난 그는 메이지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검사로 임관해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대형 권력비리 수사를 주로 하는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부부장, 부장을 역임했다.

구마자키 전 부장은 1998년 대장성(현 재무성·금융청) 관료들이 퇴폐업소에서 은행 접대를 받은 ‘대장성 접대 스캔들’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속옷을 입지 않은 여성 종업원이 변태적 방식으로 접대하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쵸 음식점에서 전·현직 경제 관료들이 금융권의 은밀한 접대를 받은 사실이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로 드러나자 일본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건에 책임을 지고 당시 대장상, 일본은행 총재가 사퇴한 것은 물론, 메이지 유신 때인 1869년 설립된 대장성이 132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2001년 해체돼 재무성과 금융청으로 분리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집권 자민당 가네마루 신 전 부총재가 5억 엔(약 50억 원)의 뇌물을 받은 ‘사가와 규빈 사건’(1992년)을 수사하며 자민당 부총재를 직접 체포하는 등 굵직한 사건 수사를 벌이면서 도쿄지검 특수부가 ‘거악과 싸우는 검찰’이라는 명성을 세우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한국 대검 중수부가 있을 때 곧잘 비교되던 도쿄지검 특수부의 이미지는 사실상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검 공안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2014년에는 일본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도 역임했다. 2020년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검사장 및 총장 정년을 행정부 판단으로 최대 3년간 연장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자 특수부 출신 38명과 법안 재검토 요구 의견서를 제출하며 반대 여론을 환기시키는 등 말년에도 ‘대쪽 검사’로 활약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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