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15세 소녀, 총 맞은 다리로 운전…주민 4명 목숨 구해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9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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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15세 소녀가 다리에 총을 맞은 상태에서 주민들을 태운 차를 운전해 교전 지역을 탈출했다고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도로에 곳곳에는 지뢰와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는 지난 6일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을 통해 전날 루한스크주 포파스나를 탈출한 아나스타샤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아나스타샤의 선생님이 그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성을 밝히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아나스타샤는 포파스나 탈출을 시도한 마지막 민간인들 중 한 명이었다. 포파스나는 지난 몇 주간의 전투로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나스타샤는 지난 5일 성인 남성 3명, 여성 1명과 함께 포파스나를 탈출, 약 32㎞ 거리에 있는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피 과정에서 운전자와 남성 2명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한 명은 중상을 입고 2명은 총알 파편에 맞았다.

이에 운전면허가 없는 아나스타샤가 운전대를 잡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운전을 배운 적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8세부터 운전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스타샤는 인터뷰에서 “(일행이) 가족은 아니었지만, 다들 아는 사이였다.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 무엇이든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뢰가 마치 체스판처럼 매설돼 있었고, 지나가던 전봇대 옆에 여성의 시신도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군 총격으로 차에 총알이 박혀 시동이 꺼졌고, 아나스타샤도 다리에 총을 맞았다. 아나스타샤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동을 켠 뒤 이어 운전했다. 그는 “계속 운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총격에 배터리가 손상된 차는 결국 고장으로 멈췄지만, 이들은 다행히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목숨을 구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는 러시아의 돈바스 공략을 위한 주요 요충지로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군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특히 8일 루한스크주의 한 마을 학교에 러시아가 공습으로 폭탄을 떨어트려 피신하고 있던 주민 90명 중 60명 정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지사가 전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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