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우크라인이 전한 참상…“남아도 탈출해도 위험”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2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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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던 시민들도 견디다 못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남아있던 시민들은 도시를 떠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지하실에 숨어지내고, 시신을 묻을 공간이 없어 3주 째 방치되는 등 참혹한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고 전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하실 등지에서 생활을 이어오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시민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최근 마리우폴에서 차를 타고 탈출에 성공한 아리나 베스크로브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말부터 한 달 넘게 친구 집 지하실에 31명이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는 어린이도 6명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번 침공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의 중심지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 있었다며 쏟아지는 로켓과 총알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하실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저공비행하는 비행기가 도시를 폭격할 때 출입문에서 떨어져 몸을 움크렸고, 희미한 불빛이 그들을 노출시켜 위치가 발각될까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또 오래된 문을 침대로, 양동이를 간이 화장실로 이용하고, 저온에서 천천히 익힌 파스타를 먹었다고 말했다.

침공 전 마리우폴에 살던 43만여명의 시민 중 13만~20만여명 정도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산될 뿐 정확한 인원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주의적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려는 노력은 저조했으며, 그들 대부분은 돈과 생필품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포위된 도시에서 베스크로브나가 탈출한 것이 왜 많은 시민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는지에 대한 예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도시에 머무르는 것은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었지만 떠나는 것은 더 높은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샤샤라는 이름의 피란민은 “도시가 파괴되어 사라져버렸다”며 “불타거나 폭격 당하지 않은 집은 몇 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 올가는 “유리, 전선, 시신 등 모든 것이 폐허”라며 “시민들은 다른 곳이 없기 때문에 학교와 아파트 주변에 시신을 묻는다. 시신 옆에 시신이 이어져 있고 3주 이상 방치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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