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하라고 낳은 게 아닌데…내 아들, 내 작은 천사를 앗아갔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1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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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고 추운 날씨지만 마르하네츠의 주민들 수백명이 육군 장교 비아체슬라우 비아체스라보비치 디모우를 떠나 보내기 위해 모였다. 깊은 침묵 속에 동료 군인들이 그의 관을 2차 세계대전 기념비 맞은 편 도로에 서 있는 영구차에 실었다.

마르하네츠는 드니프로 강 서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자포리자 핵발전소 건너편이다.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곳 출신 우크라이나군 육군 소위의 장례식 표정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망자의 어머니 알랴 디모바는 “전쟁하라고 낳은 게 아닌데, 처자식과 별탈없이 살아야 했는데…”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는 아들이 “공수부대에 가고 싶어했다. 9학년이 되면서 친구들에게 공수부대에 갈거라고 했고 (실제로) 입대했다. 2018년 사관학교를 졸업해 소위가 됐다”고 아들의 삶을 회상했다.

디모우 소위는 지난 15일 자포리자 지방 바실리우카 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의 부인 이바나 디모바는 “모두가 영웅을 볼 수 있도록 뚜껑이 열린 관이었으면 했다. 지뢰를 밟았다는 말을 듣고 뚜껑이 덮여 있을 거라고 걱정했다. 그랬다면 큰 실수였을 것이다. 포로로 잡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왔다. 남편은 영웅으로 살았다”고 했다.

“징집을 피해 도망치려고 여장을 한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남편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국기에 덮힌 남편이 이 마을에 오는 걸 본 순간부터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잊혀져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와 내 가족이 살아있는 동안 그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망자의 어머니는 울면서 말했다.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전쟁 밖에 못한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그렇게 빨리 숨져야 하나….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내 혈육, 내 아들, 내 작은 천사를 앗아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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