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전범 규탄하는데…러시아는 사망한 軍 사령관 애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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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전범 증거 나오면 믿겠냐는 질문에 “증거 없을 것”
푸틴의 언론장악에 국민들 왜곡된 확신

러시아 스트라프로폴 공동묘지 무덤에 최근 추가된 러시아 군인들의 묘지. 각 무덤위에 세워진 나무 십자가에는 사망 군인의 사진, 
이름, 사망일이 붙어있다. 무덤 위는 꽃 장식이 빈틈없이 덮여있고 십자가 위에는 해당 군인이 소속된 부대의 군기가 휘날리고 있다.
 BBC
러시아 스트라프로폴 공동묘지 무덤에 최근 추가된 러시아 군인들의 묘지. 각 무덤위에 세워진 나무 십자가에는 사망 군인의 사진, 이름, 사망일이 붙어있다. 무덤 위는 꽃 장식이 빈틈없이 덮여있고 십자가 위에는 해당 군인이 소속된 부대의 군기가 휘날리고 있다. BBC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스트라프로폴 공동묘지에는 러시아군이 묻힌 무덤 줄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BBC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잔혹행위에 대해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이와 사뭇 다른 온도의 추모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이 곳을 찾은 러시아인 드미트리 씨는 낙하부대 시절 사령관이었다며 세르게이 티스야치니라는 이름의 군인의 묘지에 카네이션을 내려놨다. BBC 기자가 러시아군의 잔혹행위와 전쟁 범죄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며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묻자 그는 “그런 가짜뉴스는 믿지 않는다.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라며 “세르게이 사령관님이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하도록 가르쳤는지를 안다. 사령관님과 우리 군을 믿는다.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군의 전쟁범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명백한 증거가 드러난다면, 그래도 믿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떠한 증거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드미트리 씨(왼쪽)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세르게이 사령관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 BBC
드미트리 씨(왼쪽)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세르게이 사령관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 BBC


BBC는 드미트리 씨의 이러한 확신에 대해 “러시아 국영방송이 수년간 강조한 ‘서방은 틀리고 러시아가 옳다’라는 메시지에 기반한 것”이라며 “크렘린은 국영방송을 장악한 채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러시아를 혼란하게 하려는 적에 둘러싸여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되려 서방언론 탓하는 러시아인들
특히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론 장악은 러시아 국민들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에 접근하는 길을 막고 있다. 모든 러시아의 독립 언론은 폐간되거나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사망한 티스야치니 사령관의 부인인 라다 씨 역시 러시아군의 잔혹행위 의혹에 대해 “전 세계가 우리에게 등을 돌린 걸 안다. 이들은 뭐든 러시아 탓을 할 것이다”라고 서방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이 지역의 유명 온라인 매체에서는 BBC 취재진이 공동묘지 취재를 기사로 다뤘다. BBC가 라다 씨를 인터뷰하고 있는 사진을 함께 실은 이 기사는 “자신의 남편의 죽음을 도운 나라의 기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 어떨까”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데에 영국의 잘못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BBC는 해당 보도에 대해 “러시아인들이 서방 언론에 가지는 적개심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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