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화학 무기 사용’ 의혹 단서는…“3명 호흡부전 등 증상 보였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3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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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이 그 근거로 든 단서에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서방 당국은 전날 우크라이나 측이 제기한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 의혹을 확인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화학 무기 사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러시아군이 다양한 종류의 폭동진압작용제(riot control agents)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한 공격적인 캠페인 일환으로, 더 강력한 증상을 일으키는 화학 작용제를 혼합한 최루가스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에서 화학 무기로 추정되는 미확인 물질을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 일부 사람들이 화학 무기 징후와 유사한 반응을 보인 점을 들었다.

이바나 클림푸시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희생자들이 호흡부전, 전정 증후군 증상을 앓고 있다”며 “화학 무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측이 같은 날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점도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극우 세력 아조우 연대도 러시아가 마리우폴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인항공기(UAV)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독성 물질을 투하했으며, 3명이 화학 물질 중독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건강에 위험한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 무기가 사용됐을 당시 주민들이 보였던 반응과 연관성이 주목된다.

WP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 시리아 북부 한 마을에서 헬기 한 대가 악취 가스를 방출한 뒤, 마을 주민 수십명이 즉각 통증을 앓은 바 있다. 노란색 짙은 안개가 상공과 주택가를 덮쳤고, 날아다니는 새를 죽게 했다.

가스 방출 몇 시간 만에 어린이 2명과 노인 1명 등 3명이 사망했으며, 130여명이 호흡 곤란, 안구 열감, 극심한 메스꺼움 등을 호소했다. 현지 의료진은 시리아군의 염소가스 공격을 의심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단정 짓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마리우폴을 포위해 도시를 봉쇄한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 확인하기까지 접근성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저녁 연설에서 “어떤 종류의 물질이었는지 100% 결론 내리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며 “포위된 도시에서 전면 조사나 분석을 수행하는 건 명백하게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다만 “어제 마리우폴에서 방어군을 상대로 (러시아군이) 독극물을 함유한 발사체를 사용했다는 보도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며, 각국에 화학 무기 사용을 규탄하는 제재 등 행동을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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