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발언하면 조사받는 러 학교 현장…교사-학생 서로 신고 난무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2일 1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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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전쟁 반대 발언을 한 학생·교사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이들에 의해 고발되고 있다. 러시아 학교 현장에서 소위 ‘반역자’들을 가려내는 움직임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TV 연설 이후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이들을 색출해내려는 시도가 민·관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TV 연설에서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청소’되는 것이 러시아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러시아 사회 분위기는 학교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러시아 서부의 한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이리나 겐(45)은 지난달 18일 수업 중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그것을 몰래 녹취한 학생들에 의해 당국에 신고당했다.

그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로, 러시아군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소위 ‘허위 정보’의 확산을 금지하는 새로운 검열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WP에 따르면 시베리아 아무르 지방의 한 대학 강사를 포함한 몇몇 다른 교수자들도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군사 행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학생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이 신고당한 사례도 있다.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사는 한 17세 소년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의 단체 채팅방에서 전쟁 관련 뉴스를 공유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년은 “경찰이 이 단체를 감시하고 있거나 400명의 채팅방 참가자 중 한 명이 나를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표현의 자유가 억눌리자 학교 현장에서는 불만이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수업 중 “전쟁은 실수”라는 발언을 해 학생에 의해 신고당한 교사 마리나 두브로바는 “교사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다른 의견을 듣고, 다른 관점을 바탕으로 입장을 형성하도록 가르치는 인문학적 직업”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통령도 다른 사람들처럼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설명했을 뿐”이라며 “나는 지금의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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