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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시민파티 여는 마크롱 엘리제궁…‘100만㎡ 요새’속 시진핑 집무실[글로벌 포커스]

입력 2022-03-26 03:00업데이트 2022-03-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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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지도자들 집무실 들여다보니
바이든 ‘오벌오피스’ 항상 열려있어… 참모진-野의원들과 수시로 소통
기밀 사안 다룰때만 별도 방 이용… 마크롱 집무실, 견학용으로 공개
나이트클럽 꾸며 함께 춤 추기도… 英 ‘다우닝가 10번지’ 도심에 위치


《사교장을 개조한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 ‘일일 클럽’이 열린 프랑스 엘리제궁, 의회와 도보 10분 거리인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최고지도자 집무실의 개방성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각국 정상의 ‘열린 집무실’


지난해 2월 1일 미국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밋 롬니,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등 야당 공화당 중진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집권 민주당이 아닌 야당 의원을 먼저 백악관 내 집무실 ‘오벌오피스’로 초청해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집무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내 마음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 한복판에 위치해 있고 일반인이 견학할 수 있는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정상의 거처와 집무실은 모두 수도 중심에 있다. 특히 의원내각제인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의회 근처에 총리 집무실을 설치해 총리가 수시로 의회와 국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또한 국민에게 수시로 대통령 공관 엘리제궁을 개방하고 이곳을 ‘일일 클럽’으로 만드는 파격까지 선보였다. 반면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은 100만 m²에 달하는 국가주석의 공관 ‘중난하이’를 전혀 개방하지 않고 있다.
○ 美, 사교장을 집무실로 바꿔 소통 강조
미국 대통령 공관인 백악관. 동아일보DB
미 백악관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중앙 건물은 대통령과 가족이 사는 관저, 왼쪽은 오벌오피스가 있는 대통령의 집무 공간 웨스트윙, 오른쪽은 영부인 집무실과 연회장 등이 있는 이스트윙이다.

말 그대로 타원형의 건물인 오벌오피스는 웨스트윙의 서쪽 끝에 있다. 1909년 취임한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이 만들었다. 그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교 공간인 ‘블루룸’을 본뜬 타원형 공간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만 해도 집무실로 쓰이지는 않았으나 4연임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곳을 집무실로 바꾸면서 자연스레 후임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초 손님을 맞기 위해 설계된 개방형 공간을 집무실로 바꾼 터라 민주적 소통에 용이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벌오피스의 창은 대통령이 기자회견 및 야외 행사를 하는 로즈가든 쪽을 향하고 있다. 창가에 대통령 전용 책상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결단의 책상)가 있고 정중앙에 3인용 소파 2개, 의자 4개가 놓여 있다.

오벌오피스에서는 주요 장관과 참모들이 대통령과 일반 가정집의 소파에서 차담을 나누듯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통령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참석자 또한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최근 2년간 소파와 의자 군데군데를 비워두고 있지만 과거에는 참모들이 서로 소파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일 정도로 이곳에서 자주 회의가 열렸다.

외국 정상과 귀빈을 맞는 공간이 따로 있지만 이들을 종종 오벌오피스로 초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2018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그를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오벌오피스가 개방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만큼 기밀 사안을 다루거나 사적 업무를 볼 때는 오벌오피스와 연결된 개인 서재, 관저 3층에 마련된 ‘트리티룸’을 쓴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퇴근 후 보고 자료, 다음 날 발표 자료 등을 읽기 위해 트리티룸을 자주 활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곳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의 인테리어에 국정 철학과 자신의 소신 등을 반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닥 카펫을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으로 바꿨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지만 대통령 선거 직전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흉상을 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정치적 롤모델로 삼았던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을 들였다.
○ 클럽으로 변신한 佛 엘리제궁… 英·獨은 의회 소통 중시
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엘리제궁은 파리 도심 한복판인 8구에 위치했다. 1만1179m²의 면적을 보유한 2층 건물로 1층에는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장 ‘살롱 뮈라’, 2층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이곳은 1722년 유명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왕족과 귀족의 저택 및 별장으로 쓰였고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불렸다. 1873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파트리스 드 마크 마옹 대원수가 이듬해 엘리제궁에 정착하며 공관이 됐다.

프랑스는 매년 6월 21일 ‘음악 축제의 날’, 매년 9월 셋째 주 주말 ‘유럽문화 유산의 날’에는 엘리제궁을 개방한다. 이때 대통령 집무실 또한 볼 수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각종 파티도 열린다. 2018년 6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 유명 DJ들을 초대해 이곳을 나이트클럽으로 만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시민들과 어울려 춤을 추며 소통했다.

대통령이 반드시 엘리제궁에 거주해야 할 의무는 없다. 프랑수아 미테랑,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은 사택에서 잠을 자고 엘리제궁의 집무실로 출퇴근했다.

영국 총리의 집무실 역시 런던 도심 한복판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다. 3층짜리 일반 주택으로 1층은 접대 공간, 2층은 국무회의실, 3층에 총리가 기거한다. 조지 2세가 1732년 초대 총리 겸 재무장관인 로버트 월폴에게 하사했고 1735년부터 공관으로 쓰였다.

바로 옆 다우닝가 9번지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집무실, 11번지는 재무장관의 집무실, 12번지는 총리 공보실이다. 특히 총리와 재무장관의 공관은 안쪽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언제든 국정을 논의할 수 있다. 공관에서 의회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분데스칸츨러암트’로 불리는 독일 총리 공관은 2001년 베를린 도심 슈프레 강변에 지어졌다. 8층짜리 대형 건물로 역시 총리와 의회의 소통을 중시한다. 총리실과 의회의 거리는 불과 500m로 도보 1분에 오갈 수 있다. 이 건물 7층에 총리 집무실, 한 층 아래인 6층에 각료 회의실이 있다. 4층에는 국가 위기 때 사용되는 비상대책회의실, 8층에 총리 처소가 있다.
○ 日 총리 집무실·의회·정부 부처 한 울타리
일본 총리 집무실은 도쿄 중심지인 지요다구 나가타정에 있다. 일본에서는 총리 집무실만 ‘관저(官邸)’라는 고유명사로 부른다. 현 관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2년 완공됐다. 지하 1층, 지상 5층이며 유리로 둘러싸인 현대식 건물이다.

관저는 이 건물 5층에 있다.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의 사무실도 같은 층에 있다. 4층에는 국무회의실 격인 각의실, 해외 정상 등을 맞이하는 특별응접실, 대회의실 등 회의 공간이 집결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위기관리센터가 있다.

1층에는 기자회견실과 기자실이 있어 취재진이 상주한다. 관저 출입기자들은 1층 로비에서 총리 출퇴근 시에 매일 총리와 약식 인터뷰를 가질 수 있다.

서울 광화문, 경기 과천, 세종시 등에 각 부처가 흩어진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부 부처 대부분이 관저 반경 2km 내에 몰려 있다. 각 부처에서 관저와 협의할 일이 있으면 도보로 10분 안팎 걸리는 관저를 찾거나 국회에서 협의한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면 된다. 국회의사당도 관저 옆에 있다. 총리 집무실, 국회, 정부 부처가 사실상 한 울타리에 있는 셈이다.

총리의 주거 공간은 관저 부지 내에 있는 별도 건물인 공저(公邸)다. 현 관저가 지어지기 전까지 관저로 쓰였다. 공저와 관저의 거리 역시 도보 1분이다. 지진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총리가 자다가도 바로 관저로 이동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일본 최고 권력자 또한 반드시 공저에 거주하지는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겠다며 시부야에 있는 사저에서 출퇴근했다. 북동부 아키타현이 고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의회 인근 중의원 기숙사에서 살았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012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이후 9년 만에 공저에 입주해 화제를 모았다. 공저에 입주했던 역대 총리들이 단명하거나 불운한 결말을 맞으면서 ‘터가 좋지 않다’ ‘귀신이 나온다’ 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아베 전 총리, 스가 전 총리 또한 이를 의식해 입주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시다 총리는 입주 당시 “공무에 전념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밝혔다.
○ 100만 m²의 호화 공관 中 중난하이… 시민 접근 차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관은 베이징 중난하이에 있는 친정뎬(勤政殿)이다. 청나라 최고 군주로 꼽혔던 강희제가 ‘정무(政)에 힘쓴다(勤)’란 뜻으로 직접 지은 이름이다.

자금성 서쪽과 붙어 있는 중난하이는 전체 면적이 100만 m²에 달해 주요국 최고 지도자의 공관 중 최대 규모라는 평을 얻고 있다. 중하이(中海)와 난하이(南海)라는 두 호수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답게 전체 면적의 약 절반인 47만 m²가 호수다. 두 호수 주변에는 명·청 시대의 전각, 망루, 호화 저택이 있다. 친정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서기처, 중앙판공청, 국무원 등 주요 당정기관이 모두 중난하이에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처음 집무실로 사용한 친정뎬은 중하이 호수를 등지고 난하이 호수를 바라보는 요지에 있다. 30여 개의 회의실이 있으며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주재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포함해 각종 회의와 외빈 접견이 이뤄진다. 장 전 주석이 1997년 미국을 방문한 직후 미 백악관과 연결되는 직통 전화도 개설했다.

중난하이에는 베이징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와 별도 전력선이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주치의로 중난하이에서 22년간 거주한 리즈수이(李志綏) 박사에 따르면 핵 위기 등을 피할 수 있는 지하 터널도 있다. 트럭 4대가 동시에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톈안먼(天安門) 광장, 인민대회당, 해방군 305의원(병원) 등 베이징 요지와 바로 연결된다.

권위주의 국가답게 중국은 중난하이를 일절 개방하지 않고 있다. 문화대혁명 직후인 1960년대 후반,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반 잠시 개방했지만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시민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경비가 워낙 삼엄해 ‘베이징에서 가장 은밀한 곳’으로 불린다.

내부 또한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친정뎬을 검색하면 한자가 같은 경복궁 근정전 사진과 설명이 더 많이 나온다. 소통, 개방을 중시한 서구 지도자의 공관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도쿄=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베이징 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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