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마세요, 집에 데려다 줄테니” 방공호서 울리는 희망의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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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8일(현지 시간) SNS에 공유한 전장의 ‘작은 음악회’의 한 장면. 페도로프 부총리 트위터 캡처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8일(현지 시간) SNS에 공유한 전장의 ‘작은 음악회’의 한 장면. 페도로프 부총리 트위터 캡처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곱게 땋은 여성이 등불 앞에서 바이올린을 켠다. 우크라이나 국민 애창곡 ‘달 밝은 밤에’. 일부 관객이 가사를 읊조린다. “찬 이슬에 발이 젖을까 두려워 마세요. 집에 데려다 줄 테니.”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8일(현지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 전장의 ‘작은 음악회’ 영상이다. 이 영상은 총탄과 포격이 쏟아지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지하 방공호에서 촬영됐다. 고요한 방공호가 연주자 활 끝에서 피어오르는 선율로 가득차자 대피한 사람들은 연주자 앞에 반원으로 둘러앉았다.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45초짜리 영상이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영상을 “올해 유럽의 심장”이라고 소개하며 “시민들은 지하실에 숨어 밤낮을 보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인은 언제나 더 강하고 재능 넘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생사(生死)를 오가는 전쟁터 한 가운데서도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자 아이가 방공호에서 ‘겨울왕국’ 주제곡 ‘렛잇고’를 부르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 여자 아이가 방공호에서 ‘겨울왕국’ 주제곡 ‘렛잇고’를 부르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앞서 4일에는 우크라이나 여자 아이가 방공호에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를 부르는 영상이 SNS로 전해졌다. 이름이 어밀리아로 알려진 소녀가 “관객이 있는 큰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자 주변에서 급히 간이 무대를 만들어준 것. 머뭇거리던 아이가 첫 소절을 시작하자 방공호에는 ‘완벽한 침묵’이 흘렀다. 눈물을 훌쩍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200만 회를 넘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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