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별 저항 안받고 키예프 진격…푸틴 “국제조약 무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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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소련 부활” 앞세워 우크라 공격
러, 우크라 동-남-북부 동시 침공…젤렌스키 “서방 당장 행동을” 호소
우크라 “군인-민간인 50명 사망 러시아 헬기 3대 격추시켰다”
러, 2차대전후 세계질서에 정면도전…美-나토 vs 러, 3차 세계대전 우려

우크라 수도 키예프에 떨어진 러 미사일 잔해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경찰들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포격 후 로켓 잔해를 수습해 트럭에 싣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키예프뿐 아니라 하리코프, 오데사 등 최소 15개 지역을 공격했다. 키예프=AP 뉴시스
우크라 수도 키예프에 떨어진 러 미사일 잔해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경찰들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포격 후 로켓 잔해를 수습해 트럭에 싣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키예프뿐 아니라 하리코프, 오데사 등 최소 15개 지역을 공격했다. 키예프=AP 뉴시스
“1980년대 소련은 약해졌고 붕괴됐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세상 힘의 균형이 깨졌다. 이전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련 붕괴로 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22년 내내 소련 부활을 강조해 온 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이후 탈냉전으로 굳어진 세계 질서에 정면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듯 푸틴 대통령의 침공 선언은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던 중에 나왔다.

러시아 지상군이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무혈 입성한 것은 세계 질서를 뒤엎으려는 ‘스트롱맨’ 푸틴에 대해 미국과 서방의 무기력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제재 압박은 푸틴 대통령의 야욕을 억지하지 못했다. 강대국에 운명을 맡긴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미약했고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이날 “서방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대규모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호소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금은 2차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각국이 70여 년간 만들어 온 체제와 정반대되는, 완전히 반(反)자유주의적 질서를 추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러군, 별다른 저항 없이 키예프 진입”


그래픽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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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러시아군 직접 개입을 명령했다. 직후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북부와 동부, 남부 등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하듯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를 전면적으로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오전 5시경 포병, 중화기 등으로 무장한 러시아군이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 우크라이나 국경부대와 순찰대, 검문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오전 7시경 이곳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러시아 지상군 차량과 전차들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국경수비대 머리 위로 포격이 우박처럼 내렸고 군과 국경수비대가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약 7시간 뒤 이곳에서 90km 떨어진 수도 키예프 북부에 진입해 그라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4명이 탄 우크라이나 군용기가 키예프 인근에서 추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키예프 인근에서 러시아 헬기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15곳 이상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등을 타격해 항공기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심도 공격받았다. 수도 키예프 대통령궁 인근과 보리스필 국제공항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키예프 등 주요 도시 상공에선 러시아 전투기도 목격됐다. 남부 크림반도 국경에서도 전차 등 중화기가 국경을 넘었다. 남부 흑해 최대 항구 오데사에 러시아군 수륙양용함이 상륙했다고 밝혔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지 언론에 “우크라이나 군인 40명, 민간인 10명 넘게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 푸틴 “국제 규범은 서방만을 위한 것”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의 영향력 회복을 위한 패권 추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러시아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한다”며 “서방은 해마다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이 붕괴된 뒤 세계 재분배가 시작됐다”며 “2차대전 이후 채택된 국제법 규범은 그들(서방)만을 위한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군사작전’이 사실상 서방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경우 미군 및 나토군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우크라이나#젤렌스키#3차 세계대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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