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전쟁도 이겨낸 1229년 역사 영국 ‘펍’, 코로나 못견디고 폐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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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파이팅 콕스’에 위로 물결

개업 1229년 만에 폐업한 영국 세인트올번스의 펍 ‘올드 파이팅 콕스’. 사진 출처 올드 파이팅 콕스 페이스북
개업 1229년 만에 폐업한 영국 세인트올번스의 펍 ‘올드 파이팅 콕스’. 사진 출처 올드 파이팅 콕스 페이스북
흑사병, 대기근, 제1·2차 세계대전도 버텨낸 1229년 역사의 영국 최장수 펍(Pub·영국식 술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7일 BBC가 전했다.

BBC에 따르면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세인트올번스의 펍 ‘올드 파이팅 콕스’가 4일 문을 닫았다. 영국(Great Britain)이라는 국가가 생기기도 전인 793년 문을 연 이 펍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술집’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직원은 10여 명, 여름 성수기에는 아르바이트생까지 25명 정도 일했다. 최근 이 펍을 찾은 손님들은 구글 리뷰에 “음식도 직원도 사랑스러웠다” “나이 든 손님에게 직원이 차 한 잔을 내줬다” “결혼식 피로연을 이곳에서 행복하게 치렀다” 같은 따뜻한 후기를 남겼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식당과 술집 영업시간을 제한했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10년간 이 펍을 운영한 크리스토 토팔리 씨는 “펍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봤으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펍은 내게 사업 그 이상이었다.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고 4일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이 글이 오른 지 몇 시간 뒤 시민들의 응원과 위로 메시지가 밀려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서민이 ‘퇴근 후 한잔’을 위해 찾던 전통 펍은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집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퍼지며 2008∼2018년 펍 1만1000곳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올드 파이팅 콕스#영국 최장수 펍#코로나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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