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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 “양보는 없다” 러에 서면답변…푸틴, 우크라 결단하나

입력 2022-01-27 13:47업데이트 2022-01-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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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26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이른바 ‘안보보장안’에 대한 서면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서면답변 내용에 따라 군사기술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서면답변에) 양보는 담기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가 다음 달 중순 전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속에 서면답변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이 외교냐, 무력충돌이냐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오늘 러시아에 서면답변을 전달했다”며 “(답변서에는)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진지한 외교적 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답변서를 읽고 다음 단계를 논의할 준비가 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며칠 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서면답변 전달은 21일 블링컨 장관과 라프로프 장관의 미-러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양국은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등 추가 외교협상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서면답변 전달이 사실상 마지막 외교적 제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서면답변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공격미사일 시스템 배치와 유럽 내 군사훈련, 가능한 군축 수단과 투명성 강화 등 공통의 우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았다”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사찰 허용, 흑해 정찰활동에 대한 공통 기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요구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은 담기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답변서는) 양보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은 러시아에 넘어갔다”며 “우리는 (외교와 충돌)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나토 역시 이날 벨기에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서면답변을 전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다시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대화의 길을 통해 정치적 해결과 긴장 완화를 시도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과 나토에 안보보장안을 전달하며 외교부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했던 러시아는 이번엔 서면답변 접수 사실만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러시아 국영 RIA노보스티 통신에 “미국의 답변서는 러시아를 만족시킬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러시아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요구사항에 대한 건설적인 답변 없이 서방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러시아는 필요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우크라이나 국경 군사 훈련 영상.(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갈무리)
러시아 무력시위는 계속됐다. 러시아 해군 북해함대 공보실은 이날 북극해역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북해함대 소속 함정과 지원함들이 주둔기지 세베로모르스크항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군인 1200여 명과 군함 30척, 잠수함 및 지원함, 전투기와 헬기 20여 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러시아 흑해함대도 함정 20척 이상을 동원해 공중방어 훈련을 벌였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아마도 지금부터 2월 중순 사이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2월 4일이고 푸틴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베이징 올림픽이 푸틴 대통령의 결정) 시점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등은 별도 외교 채널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갖고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휴전협정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4개국은 2015년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휴전 합의를 담은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으나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갖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긴장 완화 절차로 복귀시키고 새로운 안보와 안정적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모든 채널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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