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모르던 ‘베트남 타잔’ 문명 복귀 8년 만에 간암으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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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10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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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41년간 고립된 채 살면서 세상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베트남 남성이 문명사회로 들어온 지 8년 만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실판 타잔’으로 불리던 호 반 랑이 간암을 앓다가 52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불면증과 향수병으로 정글을 그리워하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랑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1972년 정글에 정착했다. 전쟁통에 가족 일부를 잃은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아버지는 당시 아기였던 랑을 데리고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숲속에서 사냥을 하며 문명과 동떨어진 채 살던 랑은 2013년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발견 당시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그는 불혹이 넘었음에도 여성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아버지가 여성에 관해 설명해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를 대한 주변 사람들은 랑이 여성과 남성의 근본적인 차이점 조차 알지 못했고, 많은 사회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명사회로 돌아오게 된 랑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정글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정글이 위험하다며 마을에 정착하게 했다.

2017년 아버지가 고령으로 숨지자 랑은 마을 끝 산자락에 홀로 움막을 짓고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간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랑은 결국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유족은 “평생 그리워하던 정글에 대한 향수병을 이제야 멈추고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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