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전 실패’ 비판에도…바이든 “아프간 철군 후회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10시 26분


코멘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美 예상보다 빨리 전개된 것은 사실”

미 공군 수송기에 매달리는 아프간 사람들. 뉴시스
미 공군 수송기에 매달리는 아프간 사람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무장 반군 탈레반의 점령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미군의 철군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를 번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주둔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연설에서 “나의 (철군) 결정을 확고히 유지한다”며 “내 결정이 비판받을 것을 알지만 이 결정을 다른 대통령에게 넘기느니 차라리 그 비판을 내가 모두 안고 가겠다”고 했다. “지난 20년을 거치면서 나는 철군에 좋은 때는 없다는 것을 어렵게 배웠다”며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가 젊었을 때 베트남에서 우리의 지도자들이 했던 일을 아프간에서 내가 하지는 않겠다”며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with me)”고 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나 중앙집권적 민주주의 건설이 아닌 테러 대응이며 우리는 이 임무에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주둔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며 “1년, 5년, 또 다른 20년을 더 주둔한다고 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미국은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위협과 전 세계 다른 지역의 대테러 업무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나라의 군대가 스스로를 위해 싸울 생각이 없는데 그 나라의 내전을 막겠다며 우리의 딸과 아들들을 전장으로 내보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아프간의 지도자는 나라를 포기하고 도망쳤고 아프간 군대는 붕괴됐다”고 비판했고, 카불 공항에서 벌어진 참사는 “속이 뒤틀리는 일(gut-wrench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철군 과정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철군 결정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질러놓은 결과였다는 점을 재차 거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한 시한은 심지어 더 빠른 5월 1일이었고 이미 감축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이 철군 이후의 탈레반 움직임과 아프간 정부의 무력한 대응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아프간을 아비규환 상황으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불붙고 있다. 특히 군과 정보당국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을 놓고 “베트남전 이후 최악의 정보전 실패”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달 국방부 당국자들은 의회에 브리핑을 할 당시 “철군 이후 아프간 정부가 정치적으로 안착할 때까지 공군과 지상 병력이 버텨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 관계자는 “탈레반은 오랜기간 공격을 준비했을 뿐 아니라 단기간에 장악하기 위해 지역적, 민족적 분열을 이용해왔다”며 미 정보당국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군과 정보당국의 오판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탈레반의 장악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아프간 군이 싸울 수 있다고 봤다”고 털어놨다. 한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즈에 “정보당국이 정기적으로 상황을 업데이트 해왔음에도 당국자들은 집단사고의 틀에 갇힌 채 충분히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