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탈레반, 9·11같은 테러 위험”… 中, 위구르 독립 자극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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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점령]
탈레반 “평화-포용 정부” 밝혔지만… 英 존슨 “성급히 정권 인정말아야”
NYT “핵가진 파키스탄에도 탈레반… 불안 야기땐 세계의 악몽 될 수도”
탈레반, 불륜의심 여성 돌팔매 처형… 범죄자엔 손목 절단 형벌 ‘공포통치’

탈레반 ‘공포통치’ 악몽에… 여성 사진 ‘덧칠’ 15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한 남성이 상점가 벽에
 붙은 여성 모델의 대형 광고사진에 페인트를 덧칠해 지우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은 여성 신체의 외부 노출을 엄격히 
금지하며 부르카 착용도 강제해왔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여성들이 ‘부르카 사재기’에 나서면서 부르카 
값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캡처
탈레반 ‘공포통치’ 악몽에… 여성 사진 ‘덧칠’ 15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한 남성이 상점가 벽에 붙은 여성 모델의 대형 광고사진에 페인트를 덧칠해 지우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은 여성 신체의 외부 노출을 엄격히 금지하며 부르카 착용도 강제해왔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여성들이 ‘부르카 사재기’에 나서면서 부르카 값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항복을 받아낸 무장 반군 탈레반이 16일(현지 시간) “앞으로 ‘새로운 버전’의 탈레반 정부가 될 것”이라며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과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미지를 벗기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서방 세계는 그간 탈레반이 저지른 인권 유린을 감안하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탈레반 “새 포용적 정부” 공언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인도 매체 CNN-뉴스18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재건과 국민 단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에 누가 참여할지에 대해 “잘 알려진 인물을 기용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우리가 말한 포용적 정부란 비(非)탈레반도 참여하는 정부”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국민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고 있다.

샤힌 대변인은 “국가 재건, 경제 발전, 주변국의 평화라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다른 나라의 협조 없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내 각국 외교 인력과 대사관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탈레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드러운 자세다. 토머스 러티그 미 육군사관학교 대테러센터(CTC) 연구원은 미국의 침공을 받은 2001년 이후 탈레반은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개방적이고 정치적인 조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 서방 “과거에 폭정, 신뢰 어려워”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탈레반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5일 긴급안보회의를 연 뒤 “아무도 성급히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길 바란다. 어떤 종류의 정권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미국에 패퇴하기 전인 2001년까지 6년간 아프간을 통치했다. 당시 탈레반은 여성의 학교 교육을 금지하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심만 들어도 여성을 돌로 때려 사형시켰다. TV,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이슬람 경전인 꾸란 내용만 방송됐고 장신구 착용, 예술문화 활동도 ‘문란하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범죄자는 손목, 발목을 자르는 ‘공포 통치’를 일삼았다. 올해도 탈레반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관할하는 지역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미국과의 약속을 깨고 주요 도시를 무력 점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들은 살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각국 난민, 분리주의 선동, 테러 등 우려


주변국들도 긴장하고 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내에는 상당한 탈레반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탈레반과 파키스탄이 비교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카불에 들어선 탈레반 정부가 본격적으로 파키스탄 내 탈레반을 지원할 경우 파키스탄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거나 정국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YT는 파키스탄이 보유 중인 핵탄두 160여 기가 만에 하나 탈레반의 손에 들어갈 경우 ‘전 세계의 악몽’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탈레반 세력이 국경을 넘어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신장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 탈레반이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신장지역까지 들어와 활동하면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위구르족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난민의 물결’이 밀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과 ‘아랍의 봄’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2015년경 독일 등 유럽 각국으로 난민이 몰렸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은 “아프간의 불안한 상황은 곧 오스트리아 등 유럽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APA뉴스에 말했다. 카트린 클뤼버 애슈브룩 독일 외교위원장도 “난민 탈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 같은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배양 접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아프간에서 미국의 압박이 사라지면 테러 조직들은 국제적인 공격을 계획, 준비할 공간을 확보한다. 9·11 테러 때 배웠듯 아프간의 테러리스트는 아프간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탈레반#9·11 테러#위구르 독립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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