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계 미국인 의사, 대통령 암살 배후로… 현지서 체포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7-13 03:00수정 2021-07-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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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인들, 체포前 연락한 인물”… 현지 거처서 DEA 모자-총알 등 발견
사농, 10년 전부터 아이티 정치 비판, “자원 많은데 가난… 더 참을 수 없다”
콜롬비아 용병 고용해 암살 지시한듯
암살범들 “원래 임무는 사농 경호… 대통령 체포 뒤 사농 옹립하려 해”
임시총리의 호소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총리(가운데)가 11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다. 포르토프랭스=AP 뉴시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유력한 배후 인물 중 한 명이 체포됐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20년간 거주했던 아이티계 미국인 의사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63)이다. 아이티 경찰은 대통령 자리를 노린 사농의 계획범죄라고 발표했다. 아이티에서 소요 사태와 혼란이 고조되자 미국이 파병을 검토하고 나섰다.

1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농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샤를 청장은 사농이 대통령 암살을 계획한 이들 중 한 명이라면서 “용의자들이 체포되기 전에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이 사농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아이티 현지 사농의 거처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 마크가 박힌 모자와 탄약통, 권총집 6개, 총알 20상자 등을 발견했다. 앞서 7일 용의자들은 모이즈 대통령의 저택을 습격할 때 DEA 요원을 사칭했다.

아이티 경찰은 사농이 미국에 본사를 둔 베네수엘라 민간 보안회사 CTU를 통해 콜롬비아 용병을 고용해 일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 용의자는 현재까지 총 29명으로 알려졌다. 이 중 26명이 콜롬비아인이다. 사농을 포함한 3명은 아이티계 미국인이다. 21명은 체포됐고 3명은 사살됐다. 5명은 도주 중이다. 병역의무제를 택한 콜롬비아는 50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면서 군의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고도의 살상 훈련을 받은 콜롬비아 군인들은 전역 후 해외에서 용병으로 고용돼 높은 보수를 받기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사농은 이들과 함께 지난달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전용기편으로 아이티에 입국했다.

현직 대통령 암살 배후로 지목된 사농은 과거 주요 뉴스에서 다뤄진 적이 없었던 인물이다. 이전 행적들로 미루어 그는 오래전부터 아이티 야당 인사들과 교류하며 정부를 비판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1년 8월 유튜브에 올린 ‘아이티를 위한 리더십’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아이티 정치 지도자들이 부패했고 우라늄과 석유, 금 등 국가 지하자원을 빼돌렸다고 비난했다. 또 “이렇게 많은 자원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이 이렇게 가난할 순 없다. 참을 수 없다”고 했다. 2010년엔 아이티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회의를 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의사이면서도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2013년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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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따르면 체포된 용의자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원래는 ‘대통령 암살’이 아니라 ‘사농 경호’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을 죽이려던 것이 아니라, 체포해 대통령궁으로 데려간 뒤 사농을 새 대통령으로 앉히려 했다”고 말했다. 임무가 왜 바뀌었는지,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이티 전문가인 로랑 뒤부아 듀크대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잠재적 배후가 너무 많다”며 아이티에서 곧 권력 다툼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앞서 아이티의 파병 요청을 거절했던 미국은 우선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파병 문제 또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아이티는 대통령이 피살된 뒤 국민들이 분노하며 소요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과 유엔에 파병을 요청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아이티계 미국인 의사#대통령 암살 배후#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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