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전파력 2.5배 강해… “스테로이드 맞은 코로나”[글로벌 포커스]

조종엽 기자 , 김수현 기자 입력 2021-07-10 03:00수정 2021-07-1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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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비상
지구촌 방심 틈타 104개국 번져… 다시 멀어진 일상회복
감기와 증상 구분 어려워… 그래도 믿을건 백신
봉쇄령에 텅빈 시드니 도심 7일(현지 시간)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의 한 쇼핑몰 인근 거리가 완전히 비어 있다. 이날 당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창궐 등으로 12일 종료 예정이던 봉쇄령을 19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시드니=AP 뉴시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올해 봄부터 빠른 속도로 퍼져 현재 104개 국가에 등장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곧 이뤄질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변이는 바이러스가 유전자 코드를 복제할 때 특정 염기가 다른 것으로 대체되면서 발생한다. 현재 알파, 베타, 감마, 엡실론, 델타플러스 등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당초 해당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국가의 이름으로 불렀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낙인 효과를 방지한다며 그리스 문자를 붙였다.

여러 변이 중 델타 변이가 특히 무서운 이유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월등히 높은 전파력과 확산 속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델타 변이가 원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2.5배 높다고 분석했다. 알파(1.5배), 베타(1.5배), 감마(2배) 등 다른 변이보다도 높다.

실제 최근 3만 명대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영국에서 델타 변이가 지배적 바이러스로 자리 잡는 데 걸린 시간은 약 한 달에 불과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당초 5월 7일 델타 변이를 “우려할 만한 변이에 포함시킨다”고만 했다. 당시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0∼3000명대였고 델타 변이 누적 감염 사례는 520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18일 당국은 “신규 확진자의 99%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또한 눈 덩이처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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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도, 러시아,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우간다 등 세계 각국에서 신규 감염자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걸렸다.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낮은 편에 속했던 미국, 독일 등에서도 그 수치가 50%를 넘어섰다. 각국 보건전문가 또한 델타 변이 대유행이 진행 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 멀어진 ‘일상 복귀의 꿈’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는 4월 말 90만 명대로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후 최고점을 찍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6월 한때 30만 명대로 줄었지만 8일 기준 45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 핵심 원인으로 델타 변이 창궐이 꼽힌다.

서구 연구진은 델타 변이가 처음으로 발견된 인도에서는 올해에만 약 100만 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밝힌 지난해와 올해의 누적 사망자는 각각 15만 명, 25만 명이다. 실제로는 올해 공식 사망자보다 4배 많은 사람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서는 50개 주 전역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확인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은 4월 초 0.1%에 불과했는데 불과 3개월 만인 7일 50%를 넘어섰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방역 규제를 완화하려다 델타 변이로 규제를 강화한 나라도 속속 늘고 있다. 950만 명인 국민의 60%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은 최근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다시 실시하고 있다. 아일랜드 등은 델타 변이가 창궐하고 있는 영국발 입국자의 규제를 강화하고 식당 영업 재개를 연기했다. 호주는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최대 도시 시드니 일대를 봉쇄했다. 말레이시아도 이동 제한 조치를 연장했다. 스페인은 야간 활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잠시 스치기만 해도 감염
델타 변이의 높은 감염력은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호주에서는 두 사람이 한 쇼핑몰에서 잠시 스쳐 지나간 순간 델타 변이가 전염된 것으로 폐쇄회로(CC)TV를 살펴본 결과 나타났다. 감염자와 마주한 시간이 불과 몇 초인데도 전염이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포에 더 쉽게 감염되게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델타 변이는 갈고리 역할을 담당하는 바이러스의 외피 부분, 즉 스파이크 단백질이 원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인간의 세포와 더 쉽게 융합하도록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연구진이 사람의 기도(氣道) 세포에 델타 변이를 전염시킨 결과 다른 변이보다 복제 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1명이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을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만 봐도 델타 변이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는 8이다. 원래의 코로나19(2.5), 알파 변이(4∼5)에 비해 훨씬 높다. 물론 현실에서는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으로 감염재생산지수가 8까지 올라가는 사례는 드물다. 최근 델타 변이 확산이 가장 심한 영국에서도 현재 1.2∼1.4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 고문을 지낸 앤디 슬라빗은 7일 CNN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는 스테로이드(근육 강화제)를 맞은 버전의 코로나19로 전염성이 기존 바이러스의 2배에 이른다”며 “다행히 지난해와 달리 우리는 델타 변이가 트랙에서 (뛰는 걸) 멈추게 하는 백신이라는 도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 환경이 낙후되고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저개발국에서는 감염재생산지수에 상관없이 델타 변이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감기와 비슷한 증상
2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뉴델리=AP 뉴시스
델타 변이 감염의 주요 증상이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기존 코로나19도 감기와 비슷한 기침 발열 증상이 있지만 후각 감퇴,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의 주요 증상은 보통의 감기와 비슷한 두통, 인후통, 콧물 등이 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델타 변이에 감염된 일부 환자에게서 재채기 증상이 두드러진다는 보고도 나왔다.

비교적 방역 여건이 우수한 나라 또한 델타 변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나라들이 델타 변이에 특히 취약할 우려가 높다며 한국, 일본, 호주 등을 지목했다. 가디언 역시 한국, 호주 등 그간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신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전파가 빠른 바이러스는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통해 부지런히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낸다 해도 지역사회에서 무증상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델타 변이의 변종인 델타플러스 또한 11개국 이상에서 발견됐다. 인도 연구진에 따르면 델타플러스는 폐 세포 수용체와의 강한 결합력, 항체 반응의 잠재적 감소에 백신 면역 효과 저하 등의 특징을 보유했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 또한 델타플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를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이스라엘에서도 7일 델타플러스가 처음 발견됐다.

○ 섣부른 규제 완화로 우려 고조
이 와중에 영국 등 일부 국가가 방역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로 꼽힌다. WHO는 7일 “섣부른 일상 복귀로 전 세계가 엄중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일일 신규 사망자가 33명으로 올해 1월의 30분의 1 수준”이라며 19일로 예정된 마스크 의무 착용 및 거리 두기 해제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태도를 고수했다. 델타 변이로 신규 확진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 65%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덕에 사망자 수가 낮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앞서 6일 프랑스 또한 델타 변이가 확산 중인 남서부 지역의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독일 역시 영국, 인도 등 델타 변이가 창궐하고 있는 나라의 방문객에 대한 격리를 완화했다. 독일은 다음 달 중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캐나다 또한 향후 몇 주 안에 국경을 완전히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또한 12일부터 식당 내 5명까지 취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여행과 모임 제한도 없어진다. 방역 규제 정책으로 향후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변이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 감염 통제를 포기하고 코로나19와 공존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입원 위험이 늘면 각국 의료체계에 심각한 과부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CNN은 3만8805명의 영국인 델타 변이 감염 환자를 분석한 결과 14일 이내에 입원할 위험이 알파 변이에 비해 2.6배 높았다고 보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델타 변이가 입원 위험 및 중증 질환 발생 증가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백신 맞고 마스크 계속 써야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전 세계가 하루빨리 백신을 맞고, 접종 후에도 마스크 착용 및 거리 두기 같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백신은 반드시 2회 접종해야 예방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 시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33%에 그쳤다. 2차 접종 후에는 이 수치가 88%로 대폭 올라갔다.

접종은 입원 확률도 대폭 낮췄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자의 입원 확률은 백신 미접종자에 비해 75% 낮았다. 2차 접종을 완료하면 95% 적었다. 폴 버렐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석 연구위원은 “가능한 한 서둘러 백신 2차 접종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최소 60%는 돼야 감염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터키, 영국 등은 델타 변이 위험을 낮추기 위해 백신 2차 접종을 끝낸 국민에게도 백신을 더 맞히는 ‘부스터샷’(3차 접종)을 실시하거나 실시할 뜻을 밝혔다.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 러시아는 2차 접종을 끝낸 지 6개월이 넘은 사람을 상대로 3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2차 접종을 마치지 않아도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된 후 6개월이 넘은 사람 또한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다.

WHO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백신 접종에만 치중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면서 앞바퀴로만 달리려는 것과 같다”며 접종률을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강화 등 현재의 방역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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