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집콕’에 중대형 선호 강해져
소형주택 공급 50년새 최저치 수준
130m²이하 ‘스타터 홈’ 가격 급등 “결혼식도 미뤘고 자연히 임신도 미뤘어요. 집 살 돈도 부족한데….”
미국 시카고에 사는 서맨사 베라파토 씨(27)는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와 석 달째 집을 찾고 있다. 둘이 모은 돈에 대출을 보태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로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평수는 좁히고 교외로 범위를 넓혀도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한 베라파토 씨는 “집 사는 것 외의 모든 ‘작은’ 일들은 보류되고 있다”고 했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매슈 리바시 씨(35)는 최근 배우자와 살 집을 구하다가 잠시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다. 그는 “대출까지 끌어 모아 약 50만 달러(약 5억6500만 원)를 마련했지만 (나 같은) 젊은 부부가 들어가서 살 만한 집이 없다는 현실이 숨 막힌다”고 했다.
WSJ는 최근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넓고 쾌적한 중대형 주택 선호가 강해지는 가운데 ‘스타터 홈(starter home)’의 공급이 줄어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젊은층이 생애 첫 집으로 마련하는 스타터 홈은 약 130m²(약 39평) 이하의 소형 주택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며 가격이 급등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 기준 스타터 홈의 중위 가격은 23만4000달러(약 2억6000만 원)였고, 올해 4월 미국 전국 집값이 전년 대비 평균 15%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WSJ는 미 주택담보대출 회사 프레디맥을 인용해 미 주택 공급 부족이 5년째 심화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소형 주택 공급은 50년 새 최저치 수준이라고 전했다.
청년층의 생애 첫 집 마련 시기가 점점 늦어지며 자산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부동산중개협회에 따르면 첫 주택 구매 평균 연령은 2010년 30세에서 지난해 33세로 증가했다. 미 연구소 어번인스티튜트의 분석에 따르면 25∼34세에 첫 주택을 마련한 사람은 60세 초반까지 부동산 자산 중위값을 축적했지만 35∼44세에 내 집 마련을 한 이들은 중위값보다 약 7만2000달러 적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