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켜볼것” 공넘긴 美, 도발 차단하며 탐색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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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핵협상 테이블 복귀’ 촉구

日 “G7 외교장관들, 북핵 CVID 목표 유지하기로”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앞줄 왼쪽부터),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 마르크 가르노 캐나다 외교장관(가운데 줄 
왼쪽부터)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관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했다. 런던=AP 뉴시스
日 “G7 외교장관들, 북핵 CVID 목표 유지하기로”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앞줄 왼쪽부터),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 마르크 가르노 캐나다 외교장관(가운데 줄 왼쪽부터)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관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했다. 런던=AP 뉴시스
‘외교적 해결의 기회를 초기에 잘 잡고, 도발로 이를 망치지 말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검토 작업이 완료된 대북정책에는 외교와 제재 방안이 모두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블링컨 장관은 외교를 앞세우며 북한을 향해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향후 움직임이 북한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며칠, 몇 달 동안 북한의 말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을 지켜보겠다”며 한동안 북한과 탐색전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대북정책 검토를 마쳤다고 해서 당장 조치에 나서거나 북한과의 협상에 착수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대응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의 군 소식통은 “미국이 당분간 위성과 정찰기 등 핵심 감시전력을 대거 투입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 동향을 시시각각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3일 발언들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과 행정부의 대북정책 내용에 대해 “대단히 큰 실수”라며 “가까운 장래에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에 나왔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 및 수위와 내용이 대북정책 이행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는 초반부터 인권을 외교의 중심에 놓겠다고 천명하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할 태세여서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00일간 진행해온 대북정책 검토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대북정책이 민주당 공화당 행정부 모두 과거 해결하지 못한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하에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며 “우리는 과거를 통해 무엇이 효과적인지, 어떤 것이 작동하고 어떤 것이 효과가 없는지를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 지속적인 협의가 이뤄졌음을 확인하며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외교부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 상당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북한의 도발에 뒤통수를 맞았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라며 “그 기억 때문에라도 북한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1기가 출범한 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2기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했다.

다만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외교적 기회’를 북한에 제시할지 등을 포함한 대북정책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영국 런던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까지 마무리된 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21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추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저녁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만찬 회동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를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NHK가 4일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만찬 후 기자들에게 “미국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며 일본 한국과의 긴밀한 연대를 중요시하면서 대처하는 것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계속해서 일미한(한미일) 3국 간에 긴밀히 연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블링컨 “北, 외교적 해결 기회 잡아라”
北에 핵협상 테이블 복귀 촉구… “며칠, 몇달 동안 北행동 지켜볼것”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에 외교적 해결의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하면서 “앞으로 며칠, 몇 달 동안 북한의 말뿐 아니라 실제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의 대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북정책의 실행 시점과 방식 등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후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 공동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된 질문에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를 잡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전진할 방법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둔 매우 분명한 정책을 갖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렸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새 대북정책의 큰 틀에 대해서는 앞서 보도된 내용과 같이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리고 “미국과 동맹, 주둔 군대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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