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정권서 ‘지정 생존자’ 사라진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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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기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 첫 회에서 주인공 톰 커크먼은 워싱턴 어딘가에 마련된 밀실에서 부인과 함께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TV 생중계로 지켜본다. 연설 도중 국회의사당이 폭탄 테러를 당하면서 대통령과 의회에 참석한 장관, 의원들이 모두 사망하고, 대통령 승계 서열 13순위인 커크먼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된다.

커크먼이 대통령과 의회 연설에 동행하지 않고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장소에 남겨지게 된 이유는 그가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대통령이 연설 등을 목적으로 국회를 방문할 경우 내각 관료 중 한 명을 지정 생존자로 정해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 대기하도록 한다. 의회에 테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해 대통령 및 그 외 승계자들이 유고되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국무수행을 이어갈 인물을 선정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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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제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임시 중단됐다. 미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간) 취임 100일을 맞아 첫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정 생존자를 두지 않을 방침이다. 백악관은 2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각 구성원 대부분이 집 또는 사무실에서 의회 연설을 시청할 것이기 때문에 지정 생존자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회 연설 참석자는 약 200명으로 제한되며 이중에는 대통령 계승 서열 1~4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패트릭 레히 임시 상원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포함됐다. 만일 이번 연설 도중 테러나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대통령직을 넘겨받게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월 6일 미 의회 난입 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인 만큼 당국은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시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을 국가 특별 보안 행사(NSSE)로 지정했다. 자베드 알리 전 NSC 테러대응 책임자는 “NSSE 지정은 수천 명의 경호 인력을 대동한 최고 수준의 물리적 보안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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