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미얀마 국민들, 오성홍기 불태우며 “중국은 떠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6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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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민의 성난 민심이 군부를 넘어 군부를 지지하는 중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정 불간섭을 들어 2월 1일 쿠데타 발발 후부터 군부의 민간인 학살을 묵인하고 군부 제재 등 국제공조에 협조하지 않는 중국을 향해 격렬한 반중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5일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일부 시민이 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비가 내리는 거리 두 곳에서 시위대가 오성홍기에 기름을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영상을 올린 트위터 이용자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려는 유엔을 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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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에는 일부 양곤 청년들이 유엔과 중국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벌였다. 마스크의 눈 부분에 피눈물 형상이 그려졌고 양쪽 뺨에는 ‘미얀마를 구하라’는 문구가 적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군부에 대한 유엔의 실질적인 제재 가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 행보로 풀이된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은 미얀마에서 나가라’ ‘주미얀마 중국 대사관을 폐쇄하라’ ‘중국이 범죄를 저지르는 군사정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유명 배우 킨 윈 와 또한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할 때가 왔다”는 트윗을 썼다. 지난달에도 양곤에 있는 중국계 공장 30여 곳이 공격을 받았다.

현지매체 이리와디에 따르면 중국은 1일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군부를 비판하는 성명의 문구를 완화하는데 앞장섰다. 당초 성명에는 군부 제재를 의미하는 ‘후속 조처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중국 반대로 삭제됐다. 군부가 민간인을 ‘살해’(killing)하고 군부를 ‘규탄한다’(deplore)는 문구 역시 중국 반대로 포함되지 못했다.

중국은 미얀마를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一對一路)’의 거점지로 여기고 있다.특히 남부 윈난성 쿤밍에서 미얀마 서부 짜욱퓨까지 이어지는 800㎞의 송유관과 가스관도 있다. 중국은 2월 말 미얀마 군에 이 송유관과 가스관의 안전 보장을 촉구했고 이달 초에도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지에가오(姐告)에 군 병력을 실은 트럭을 잇따라 보냈다.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거나 내전 발발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의 부당한 개입에 반대하고 외부 세력의 선동을 막아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제재에 반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6일 러시아 외교부 또한 “제재를 포함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은 미래가 없고 극도로 위험하다. 미얀마를 전면적인 내전 상태에 이르게 할 뿐”이라고 가세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 발발 후 이달 4일까지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564명이 숨졌고 이중 어린이 사망자는 47명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어린이 사망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거듭 부인하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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