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외교, 산수절경 계림에서 보트타며 ‘밀월관계’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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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3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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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동시견제’에 나선 미국에 대항해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직후인 22일부터 23일까지 방중(訪中)해 중국으로부터 미중 알래스카 회담 결과 등을 공유받고 양국 협력 관계를 돈독히 했다.

양측은 미국의 연이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는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求時報)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중국의 유명 관광도시 계림에서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왕이 부장과 만나기 전 리장강에서 보트를 타면서 경치를 즐겼고 이는 미중 알래스카 회담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왕 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인사로 악수 대신 팔꿈치 부딪힘 인사로 라브로프 장관을 맞았는데, 이는 앵커리지 회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회담 장소가 계림인 이유에 대해 중국어로 ‘계림’(구이린)이 ‘명예로운 이웃’이라는 단어와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이라고도 추측했다.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먼저 각국과 미국 간 최근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 공유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미국은 국제평화에 끼친 피해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괴롭히는 행위 및 내정간섭을 중단해야 하며 다른 국가들과 대결하기 위한 파벌 결성 또한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가는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 성명에 따르면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외에도 이란 핵협상, 아프가니스탄 평화프로세스, 미얀마 사태, 시리아, 기후변화, 유엔 개혁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논의 테이블에는 미국의 달러 패권 문제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중을 앞두고 중국 언론들과 가진 단체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과학기술에 있어 자립하고 무역을 위해 미국의 달러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협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자금제재 등을 가하는 데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앞서 미국은 중국이 반(反)중국 세력의 출마를 막기 위해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통과시킨 데에 중국 고위급 관리 24명을 대상으로 금융제재를 가했고 러시아에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에 대응해 수출 제재 조치를 강화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중-러 관계 전문가 양진은 “러시아의 제안은 2008년 금융위기 후 양측이 이미 미국 달러화와 서구 통제 결제체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있어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최근 단행한 대규모 양적 완화 조치도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통화 결제를 장려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이며 미국이 이란 핵협상에서 탈퇴했을 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미국이 통제하는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를 우회하는 새로운 지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고려했다고도 설명했다.

동덩신 우한 과학기술대 금융증권연구소장 또한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스위프트를 남용해 국가들을 제재함으로써 이는 전 세계의 불만을 촉발시켰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다면 여러 국가들이 새로운 제도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방중이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후 의도적으로 진행된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중-러 관계의 발전은 어느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양국 관계는 다른 몇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것과는 달리 개방적이고 상층적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가 불안정할수록 중-러 공조가 지속돼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헤게모니와 괴롭힘에 맞서 긴밀한 협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정의 기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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