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마클이 제기한 인종문제 매우 우려… 기억은 다를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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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송 40시간만에 왕실성명

영국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가 7일 미국 CBS에서 방영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왕실의 
인종차별 등을 폭로했다. 백인 부친과 흑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마클 왕손빈은 2019년 아들 아치 왕자(오른쪽 사진)를 출산했을 때
 “왕실이 왕자의 피부색을 걱정했고 왕자 직위를 주는 것도 꺼렸다”고 주장했다. 왕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극단적인 선택의 
충동까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AP 뉴시스·트위터 캡처
영국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가 7일 미국 CBS에서 방영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왕실의 인종차별 등을 폭로했다. 백인 부친과 흑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마클 왕손빈은 2019년 아들 아치 왕자(오른쪽 사진)를 출산했을 때 “왕실이 왕자의 피부색을 걱정했고 왕자 직위를 주는 것도 꺼렸다”고 주장했다. 왕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극단적인 선택의 충동까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AP 뉴시스·트위터 캡처
영국 왕실이 왕가 내 인종차별을 폭로한 해리 왕손(37)과 메건 마클 왕손빈(40) 부부의 인터뷰가 공개된 지 약 40시간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인종차별에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가족 내부의 일이며 기억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해 인터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추가 진실 공방을 예고했다.

BBC 등에 따르면 왕실은 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 명의 성명을 통해 “제기된 문제, 특히 인종 관련 부분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사건에 대한 일부 기억은 다를 수 있지만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족들이 사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 노동당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왕실 내부 조사 등 공적 처리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여왕은 “가족들이 왕손 부부와 아들 아치를 언제나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영미 언론은 7일 미국에서 방영된 왕손 부부의 인터뷰 후 이틀 만에 나온 성명이 불과 61단어로 된 4문장에 그친 데다 특히 “기억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왕실이 흑백 혼혈인 왕손빈 때문에 두 사람의 아들의 피부색이 짙을까 우려했으며 공식 직함을 주는 것도 꺼렸다”는 부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실 전문가 애너 화이틀록 런던대 교수(역사)는 미 ABC 뉴스에 “여왕의 성명은 왕손 부부의 문제 제기에 선을 긋고 가족 내부 문제로 종결시키려는 것”이라며 이후 처리도 비공개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사태로 영국 내 세대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9일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영국인의 55%가 “왕실과 여왕을 지지한다”고 했다. 왕손 부부 지지(9%)보다 6배 많았다. 반면 18∼24세 응답자의 48%는 “왕손 부부를 지지한다”고 맞섰다. 왕실 지지(15%)보다 3배 이상 많다. CNN은 왕실에 대한 지지는 사실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개인에 대한 지지라며 고령의 여왕이 사망하면 군주제 폐지 여론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왕손 부부의 인터뷰에 대해 “왕실과 여왕에 대한 수치스러운 배신” “마클 왕손빈은 (거짓말을 일삼아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라고 맹비난한 유명 방송인 피어스 모건(56)은 9일 자신이 ITV에서 진행하던 방송 ‘굿모닝 브리튼’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이 방송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번 사태로 젊은층과 여성 시청자들이 “왕손빈을 과하게 비판했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방송사가 하차를 결정했다. 그는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 동료 남성 진행자가 자신을 비판하자 갑자기 일어선 후 “더 못하겠다”며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 “왕손빈 발언의 진실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각종 논란이 인터뷰 흥행을 고조시키는 모습도 뚜렷하다. 7일 미국에서만 1710만 명이 CBS의 본방송을 시청했고 하루 뒤 영국에서는 1200만 명이 지켜봤다. 이 외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한 3000만 명까지 포함하면 약 6000만 명이 방송을 시청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분석했다. 이에 CBS 역시 12일 재방송을 결정했다. 광고 분석 회사 AD에이지는 CBS가 7일 방송으로 거둔 수입만 최소 2000만 달러(약 225억 원)라고 예측했다. 재방송 또한 상당한 시청률 흥행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

#영국여왕#마클#인종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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